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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잘 보내기

내향적 코지에겐 힘든 날

by 블랙코지


서늘한 바람과 함께 추석이 다가왔다.

이번 추석연휴엔 무슨 비가 그렇게 내리는지 코지는 제대로 된 산책도 잘 못했다.

비바람 맞으며 잠시 볼일 볼 시간만 주어졌을 뿐이었다.


코지네는 설과 추석, 명절마다 시댁과 친정을 들른다.

시댁과 친정, 양쪽 집의 가족들의 (강아지에 대한) 자세는 확연히 다르다.


일단 시댁에 갈 때면 코지는 집이나 차에 갇혀 있어야 한다.

어머님은 코지를 예뻐하시지만 아주버님은 어린 시절 큰 개에게 물려 트라우마를 가지고 계셔

여전히 큰 개를 무서워하신다.

코지도 작지 않은 강아지고 큰 입을 가지고 있기에 많이 불편해하셨다. (충분히 이해하는 바이다.)


조카 역시도 아주 어릴 적에 코지를 보곤 너무 무서워 아주버님에게 안겨 머리끝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아주버님 식구들의 강아지 알레르기까지 발동시켰기에 시댁 방문에는 코지를 떼어놓고 가는 게 당연하게 되었다.


사실 알레르기를 떠나서 코지가 성격 좋은 강아지라 애교도 부리고 많이 웃어주며 짖지 않는 아이라면 좋은 인상을 남기고 잠시라도 함께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코지는 무서워하는 조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으로 아는지 우렁차게 짖어댔고, 첫 만남 이후 한번 더 켄넬에 들어가 함께 하려 해 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트라우마도, 알레르기도, 그들에겐 큰 고통이고 무서움이 될 거니 명절 정도에는 오랜만에 보는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놀기로 했고 그 이후로 코지는 집이나 차에 머물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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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 가면 코지는 짖고 통제하기 바빠진다.

부모님, 모두 결혼한 사 남매, 조카들까지 하면 15명이나 되는 대가족이 모이는 명절이 된다.

북적거리는 한가운데에 코지까지 합세하면 그야말로 난리통.

웰시코기의 특유의 통제하려는 행동이 특히 조카들에게 향하니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래도 친정 식구들은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털이 심하게 많이 빠져 모든 옷에 묻어있어도

대충 털어내거나 이젠 신경을 쓰지 않는다.

물론 털 뿜어내는 모습에는 여전히 놀라기도 하지만...

무던한 친정 식구들은 그러려니 하곤 넘어간다.


큰언니가 2년 정도 전에 작은 말티푸를 입양해서 키우기 시작했다. 이름은 '마루'

마루는 성격이 얼마나 좋고 애교가 많은지 남자아이인데도 격하게 인사를 해주고 얌전히 안겨있고

사람 곁에 착- 붙어 있는다. 거의 짖는 일도 없으니 코지와 정반대의 성격이다.


코지는 '만짐' 당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누군가 마루를 불러 예뻐해주려 하면 그 사이를 큰 몸으로 비집고 들어가 자신을 만지라고 비빈다. 질투의 화신인 걸까...

나나 남편이 마루를 안거나 만져도 코지는 다가와 감시하고 짖는다.

자신은 만짐 당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다른 강아지를 만지는 건 더 안된다고 하는 코지의 이상한 성격 탓에 우리는 다른 강아지를 예뻐 할 수 없다.


당연히 코자와 마루의 사이는 전혀 좋아 보이지 않고 함께 놀지 않는다.

코지는 다른 친구들을 전혀 좋아하지 않고 걱정 많은 소심한 아이다.

너무 어린 시절에 코지의 가족들과 떼어놓은 나의 잘못이 큰 것 같다고 느낄 때다.


털도 많이 빠지고 시끄럽게 짖어대는 좋지 않은 성격의 강아지를 예쁜 모습으로 봐주는 가족들에게

만날 때마다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추석도 이렇게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 즐겁고 행복하게 잘 보내고 왔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언제나 한가위만 같이 풍요롭고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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