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섭다.
길고 긴 추석 연휴가 막 시작 되기 전,
일찍 일을 마치고 돌아와 피곤에 쩌들어 소파에서 잠시 낮잠을 즐기던 나는 남편의 놀라서 소리치는 소리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배변판 위를 한참이나 서성이던 코지가 자세를 잡았고, 뱅글뱅글 돌며 한참을 힘주었다고 한다.
어찌나 많이 배출했는지 놀라서 치우러 간 남편이 본 것은...
코지의 응가 주변으로 뚝뚝 떨어져 있는 붉은 선혈!
코지는 장이 약해서 설사도 많이 하고 어린 시절부터 혈변도 많이 봐서 병원을 많이 다녔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항상 코지의 응가 상태를 유심히 보는 경향이 있다.
특히 남편은 자신의 건강 염려증과 함께 코지의 건강도 매우 신경 쓰는 사람인데
붉은 피를 보곤 놀래서 다급히 소리쳐 나를 깨웠다.
응가 상태를 본 이상 우리는 망설임 없이 잽싸게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코지에게 목 줄을 채우고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연휴 시작 전이라 병원에 전화하니 다행히도 아직 진료를 보는 중이라 하셔 바로 출발했다.
그런 피를 싸놓고!
코지는 목줄을 하자 외출한다고 마냥 좋아서 해맑게 웃고 있고 그걸 본 나는 기가 찬다.
그 정도 피가 나올 정도면 무슨 큰 병에 걸린 건 아닌지 너무너무 걱정스러워 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은 대화 한마디 없이 고요하고... 침울했다.
언제 이렇게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많이도 흘렀는지 코지의 8살 생일이 2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니,
나이 들어가면서 아픈 코지를 보고 우리는 걱정이 가득했다.
'제발 큰 병 걸린 거 아니고 심하게 아픈 게 아니길...'
코지가 입양된 이후 1차 접종부터 쭉- 다니는 병원으로 들어서자
코지는 무서움과 반가움의 두 가지 상반된 감정에 잠식당했는지 꼬리를 흔들었다가, 납작 엎드리기도 하고, 다가가면서도 멀어지려 하는 이상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진료실로 향했다.
일단 X-RAY 검사 결과 큰 이상은 없고 대장균도 그리 많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장 끝쪽에 상처가 생긴 걸 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 긴 연휴 동안 먹일 약을 받아 들곤 병원 밖으로 나섰다.
코지는 병원을 나서자 또다시 신나서 줄을 당겼다.
전혀 아픈 아이 같지 않아 안심되면서도 아픈데도 티 내지 않는 게 더 걱정됐다.
사실 병원을 오기 며칠 전부터 왠지 코지가 기운이 없어 보이고 아픈 것 같아 보였었다.
평소처럼 잘 먹고 티 내지 않으니 그저 나의 기우겠거니 하고 지나쳤을 뿐이다.
강아지들은 아픈 것을 전혀 표 내지 않으니까.
오히려 혼자서는 잘 들어가지 않는 서재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아프다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그게 아이들이 주는 '신호'라는 걸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거의 만 8년을 함께 살면서 엄마라는 사람이 여전히 코지가 아픈 것에 무디고 눈치를 못 채니
미안할 따름이었다.
지금까지 남편이 더 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아픈 걸 눈치챘을 정도로 나는 조금 무딘 엄마다.
코지가 계속 혈변을 누면 더 검사를 하자는 선생님의 말이
추석 연휴 동안 우리 부부를 신경 쓰이게 했고,
간식 양도 줄이고 바깥음식(이라 적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이것저것을 말한다.)을 못 먹게 노력했다.
다행히 2주가 지난 지금까지 코지의 응가 상태는 매우 양호하고 좋다.
코지가 아프면...
나는 너무 무섭다. 남편도 무서워한다.
저 아이를 잃을 까봐 두렵고 걱정된다.
무서움에 조심스럽게 눈물을 흘린다.
코지가 어린 시절에는 병원비가 무서웠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프지 말고 좀 더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