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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털갈이

검은 옷은 못 입겠다.

by 블랙코지


웰시코기를 키우기로 마음먹고 여러 가지 알아보면서 가장 많이 언급되던 웰시의 단점은

헛짓음도 아닌(헛짓음도 심한데 털 빠짐은 얼마나 심한 거니!)

'털 빠짐'이었다.


소형견만 키워 본 '나'와 키워본 적 없는 '남편'은 털 빠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웰시코기를 입양하기에 이르렀다. 왜 그랬던 것인가. 과거의 나...


코지 7개월 어린 시절 털 빠짐이 심하지 않다고 느낄 때쯤 산책을 나가 웰시코기 견주들을 만나면 하시는 말씀이 "이 아이들은 나이가 먹을수록 털이 심하게 빠진다"라고 알려줬다.

'아기 일 때는 안 빠지고 1년부터 점점?'


한창 자라나는 시기.

1년간 코지는 1.2kg에서 11kg까지 무럭무럭 자라났다.

(지금은 무려 16kg)


1년이 점점 다가오며 다른 분들의 말씀처럼 코지의 몸에서 털들이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상상이상의 털날림!


청소기 3대를 이리저리 돌리고, 세탁기만으론 털이 떨어지지 않아 건조기는 필수가 되었다.

옷을 살 때도 스웨터 같은 건 입을 수 없고 최대한 털이 붙지 않을 것 같은 옷으로 고른다.

손님들이 오시는 날엔 돌돌이 필수준비!


털을 가진 동물들 중 털 안 빠지는 동물은 없겠지만, 웰시코기는 2 중모를 가지고 있어 빗질을 하면 몽글몽글한 속털과 뻣뻣하고 긴 겉털이 빠지며 우리도 두 가지의 빗을 사용하여 빗긴다.


여름과 겨울을 위해 옷을 갈아입는 시기(털갈이) 때만 심하면 얼마나 다행이겠냐 만은 코지에겐 그저 털갈이 시기엔 좀 더 많은 양을 뿜어내는 것뿐.

코지하우스에는 365일 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어디를 가든 코지(털이)가 따라온다.

저렇게 많은 털을 뿜어내는데 아직도 엄청난 털을 가지고 있는 게 신기.


'대머리 안 되는 게 신기하네'


물을 마실 때도 요리를 할 때도 음식을 먹을 때도 우리는 매일 코지 털을 먹고 있는 것 같다.

코지도 자신의 털을 많이 먹고 있는 것 같고...





KakaoTalk_20250811_194705516.jpg 대충 빗겨도 이 정도



하지만

털이 많이 빠지는 게 꼭 단점만 있는 건 아니더라.

일단 별로 씻기지 않아도 깨끗해 보인다는 점.

코지는 몸에서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다. (입이랑 발바닥에서는 난다.)


목욕 안 하는 강아지! 바로 코지!


자주 씻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감사하게도 매우 관리 잘하는 강아지로 봐주신다.

코지가 시도 때도 없이 알아서 새털로 갈아입고 있으니 말이다.

작은 강아지들도 씻기고 말리는데 힘이 드는데 코지는 그런 수고는 덜어 준 셈...


그렇게 우리 부부는 그냥 털을 포기하고 살기로 했다.

옷에 붙은 털도 대충 털어낼 수 있도록, 굴러다니는 털이 보이면 손바닥으로 슥슥 쓸어 모아

버리는 걸로, 코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지작 거리며 털을 뽑고 빗겨주기로 말이다.

그러니 코지 털이라는 스트레스가 거의 사라졌다.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KakaoTalk_20250811_194851403.jpg 씻긴 후 당분간 저런 털은 계속 날린다.



강아지를 입양하시려는 분들은 정말 신중하게 원하는 견종에 대해 알아보고 공부하시기를 바란다.

또 그만큼 키워보신 분들이 경고(???)를 하시는 건 정말 치명적으로 힘들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니 주의 깊게 새겨듣도록 하자.

웰시코기들도 털 때문에 못 키우겠다고 파양 하는 이유가 많다고 들어봤다.


우리 부부도 처음 아이를 입양하려고 할 때 웰시코기에 대해 알아본다고 노력했지만 현실에 부딪치자 귀엽고 잘생긴 얼굴만 보는 '이상'과는 꽤나 멀어졌다는 걸 알게 됐으니 말이다.


-파양은 절대 안 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감정이 있는 한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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