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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성 강아지

선택적 물놀이

by 블랙코지


코지는 물을 좋아하는 강아지다.


물을 좋아하고 혼자 들어가기도 하지만... 코지에게 있어 물 높이는 매우 중요하다.


일단 얼굴이 물에 잠기지 않게 바닥에 발이 닿여야 하는데 웰시코기들의 특성상 다리가 매우 짧으니 발이 닿는 깊이라고 해봐야 내 기준엔 종아리 정도 높이까지만 코지가 스스로 들어가는 것이다.


깊은 물에 들어가면 겁에 질려 뒤돌아 나오고, 바닷가에서 파도치는 물이면 기겁을 하고 도망쳐 나간다.


더운 여름날. 좁은 수로에 흐르지 못한 채 고여버린 물 웅덩이에 뛰어든다.

더러운 냄새가 나고 벌레들이 가득한 오염된 것 같은 물이 온몸에 묻어 그날 여행일정을 엉망으로 만드는 일들도 허다했다. - 이제 그런 물이 있으면 근처로도 못 가게 조심시킨다.




KakaoTalk_20250805_215546283_06.jpg 계곡을 즐기자!


물을 좋아하고 털이 많아 더위를 많이 타는 코지를 위해 활동량도 늘릴 겸 계곡을 찾아가고 강아지들이 이용가능한 수용장도 찾는다.


계곡은 무료이용이고 깨끗한 물이 흘러 좋지만 강아지를 데려왔다는 것 만으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이 있다. -모두 다 강아지를 좋아해 줄 순 없지-

우리도 항상 다른 분들께 민폐 끼치지 않으려고 주변을 경계하고, 인기 없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곳으로 이동해서 놀곤 한다.


계곡의 위험성도 있다.

신이 나서 물과 밖을 왔다 갔다 힘차게 뛰어다니다 미끄러운 돌들을 밟고 다치는 일들이 생길 수 있다.


코지도 어릴 때 마음껏 놀라고 내버려 뒀더니 물에 젖어 퉁퉁 불어버린 발바닥으로 바위를 종횡무진하다가 앞발바닥의 큰 발판이 너덜 해져서 생체본드로 붙인 채 붕대를 감은 적이 있었다.


또 상체는 흰색이고 하체와 긴 꼬리는 주황색인 특이한 포유류가 계곡에서 노는 코지의 뒤로 바짝 붙은 적이 있었다. 남편이 깜짝 놀라 소리지르자 코지보다 조금 작은 그 동물이 순식간에 산속 숲으로 사라졌다.

그런 동물을 처음 봤던 지라 우리 부부는 당황하며 '오소리? 너구리?' 저게 뭘까 궁금해했고, 열심히 검색해 본 결과 '담비'라는 것을 알게 됐다.


조그마한 소형견이었다면 잡혀 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했다.





KakaoTalk_20250806_131040727.jpg 애견 수영장



애견 수영장은 몇 번 가보았지만 일단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 가장 부담이 된다.

하지만 모두 애견인들이기 때문에 웬만해선 서로 이해를 해주는 분위기고 줄을 풀고 놀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강아지들끼리 싸움이 일어날 수 있으니 사전에 각자 잘 챙겨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강아지를 씻기는 샤워장과 드라이룸이 편하고 잘 되어 있어 만족스럽기도 했다.

애기들을 말리는 것만 해도 엄청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큰 드라이기가 있다는 것 만해도 합격!!


코지는 목양견의 피가 흘러 그런지 헛짓음이 있고 주변을 통제하려는 성향이 있다.(코지만 그런 걸까?)

거기다 겁도 많고 예민한 성격까지 한 몫해서 주변에 댕댕이 친구들이 다가오는 것도 불안해하고 좋아하지 않는 통에 수영장에서도 우리 가족은 구석에 자리를 잡고 놀 수밖에 없었다.

똑같은 돈을 내고 구석에서 쭈구리처럼 놀 수밖에 없지만


"코지도 엄마를 닮아 극 I 성향(내향적)이라 그런가 보다" 라며 우리끼리 즐기고 있다.




더운 여름철 강아지들 물에 담가줄 곳 찾기도 만만치 않지만, 물에 뛰어들어 뾰족하게 나온 혀를 헥헥거리며 즐거워하는 걸 보면 그 재미를 또다시 주고 싶어 져 우리는 또 물놀이 갈 만한 곳을 검색하고 찾아 나선다.


가혹한 여름이지만 조금이라도 즐거운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 모든 견주분들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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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