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면의 나

Chapter 13. 무언가를 놓아야 할 때의 마음

by SYKim


놓는다는 건 항상 쉽지 않다.

손에서 떠나는 건 대개 아주 작고 조용한 동작인데

그 안에서 흔들리는 마음은 때론 폭풍처럼 크다.

우리는 많은 것을 쥐고 살아간다.

관계, 목표, 이상, 기대, 상처, 추억…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한 번쯤은 놓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을 만든다.


무언가를 놓기로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안도’가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그건 내 일부처럼 오랫동안

곁에 있어준 것들이었다.

비록 나를 괴롭혔다 하더라도, 이미 익숙해진 감정이었기에.

마치 낡았지만 따뜻한 외투처럼, 더 이상 나에게 맞지 않는데도 벗기가 어려웠다.

놓는 순간 무언가 되돌릴 수 없게 될 것 같고, 내가 더 작아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한참을 망설였다.

붙들고 있는 쪽이 차라리 더 쉬운 선택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러나 붙잡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힘을 소모했다.

매일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짜내야 했고,

과거를 반복해서 되새겨야 했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거짓말을 해야 했다.

그 모든 것들이 조금씩 나를 고장 내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알게 됐다.

놓는 것이 포기가 아니라 살아내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을.


무언가를 놓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내가 그것을 왜 붙잡고 있었는지

정직하게 마주보는 일이다.

그게 외로움을 달래주었는지, 자존감을 대신했는지,

혹은 단순히 ‘잃기 싫다’는 감정 때문이었는지.

나는 오랫동안 어떤 관계 하나를 놓지 못했다.

그 관계는 더 이상 나를 돌보지 않았고, 나는 거기서 매번 상처를 반복해서 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지 못했던 이유는 ‘그래도 언젠가는’이라는 가능성을

스스로에게 심어두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조용히 혼자 앉아 있다가 그 손을 놨다.

그 사람도, 그 기대도, 그 안에서 만들어낸 내 모습도.

처음엔 허전했다.

정말 뭔가 빠져나간 듯 속이 텅 빈 느낌이었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 빈 공간에 바람이 지나갔다.

숨이 쉬어졌다.

나는 조금 가벼워졌다.

때로는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나를 지탱하는 게 아니라,

나를 짓누르고 있다는 걸 놓고 나서야 알게 된다.


놓는다는 건 돌아서는 용기가 아니라 앞을 보기 위한 용기다.

그리고 놓았다고 해서 그것이 의미 없어진 것이 아니다.

붙잡던 시간, 그 안의 감정, 그 모든 것은 여전히 나를 만든 일부다.

단지, 이제는 더 이상 그 위에 서 있지 않기로 한 것뿐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것들을 붙잡고 또 놓는다.

그건 흐름이고, 살아 있음의 증거다.

오늘도 나는 무언가를 붙잡고, 또 무언가를 놓을 준비를 한다.

놓는 건 끝이 아니라, 다음 문을 여는 조용한 손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