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재건축(올파포) 상가 공실 63%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1953)은 “기다림” 자체가 삶이 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누군가 오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떠나지 못하고 같은 자리에 선다. 그 기다림은 희망이 아니라, 선택지를 잃은 시간의 반복이다.
서울 강동의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 상가 유리문에도 비슷한 시간이 붙어 있다. 입주가 1년을 넘었는데도 임대 현수막이 창에 붙고, 불이 꺼진 호실이 줄지어 있다. “반값 세일”이라는 말이 떠도, 거래는 쉽게 닫히지 않는다.
오늘의 질문은 이것이다. 사람이 들어온 아파트에서, 왜 상가만 ‘고도’를 기다리게 되는가.
기사에 따르면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 내 상가 477곳 중 전월세 계약이 잡히지 않은 곳이 303곳으로, 공실 비중이 63.6%로 제시된다. “입주 1년”이라는 시간 경과에도 비어 있다는 점이 핵심 조건이다.
이 현상은 한 단지의 특이점으로만 보기 어렵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로 인용된 수치에서 서울 집합상가 공실률은 2023년 3분기 8.3%에서 2년 뒤 9.3%로 높아졌다고 한다(출처: 한국부동산원). 공실이 늘지만 임대료 지표는 크게 꺾이지 않는 흐름도 함께 제시된다.
또 다른 사례로 서초 ‘메이플 자이’ 단지 상가 역시 전월세 계약이 안 된 물건 비중이 74.6%로 언급된다. “대단지=역세권=장사된다”는 등식이, 적어도 단지상가에서는 자동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이제 사실은 충분하다. 다음은 이 숫자 뒤에 숨은 작동방식을 읽어야 한다.
단지상가는 흔히 “고정수요”를 믿고 가격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그 믿음이 ‘거주 인구’가 아니라 ‘가격표’에 먼저 반영된다는 점이다. 분양가(혹은 매입가)가 높게 정해지면, 임대료는 그 위에서 내려오기 어렵다. 기사 속 현장 발언처럼 관리비와 월세를 합치면 매달 큰 고정비가 생기고, 매출이 따라오지 못하는 순간 점포는 버틴다기보다 소진된다.
여기서 악순환이 시작된다. 공실이 늘어도 임대료가 내려오지 않으면, 신규 창업자는 들어오지 않는다. 들어오지 않으니 상권의 ‘일상 동선’이 형성되지 않고, 동선이 없으니 기존 점포 매출도 불안정해진다. 결국 “사람이 많아서 된다”가 아니라 “사람이 들르는 이유가 있어야 된다”로 게임 규칙이 바뀐다.
공실이 커지면 경매로 넘어가지만, 경매가 해답도 아니다. 기사에 인용된 지지옥션 자료처럼 서울의 아파트 상가 경매 건수는 늘었는데도 매각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언급된다. 즉, 가격을 낮춰도 ‘사겠다는 확신’이 생기지 않는 국면이다.
“단지상가의 공실은 수요 부족이 아니라, 가격이 먼저 결정된 도시의 후유증이다.”
다음은 이 가격표를 끝까지 붙잡게 만드는 ‘인간’의 쪽을 봐야 한다.
상가 소유자는 종종 ‘월세를 내리면 자산가치가 무너진다’고 느낀다. 임대료는 단순한 현금흐름이 아니라, 내가 산 가격이 정당했다는 증명처럼 작동한다. 그래서 공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가격을 지킨다. 그 선택은 개인에게는 합리처럼 보이지만, 동네에는 공백으로 남는다.
반대로 임차인은 ‘고정비’에 공포가 있다. 온라인 소비가 늘고, 인건비 부담이 커진 환경에서 오프라인 점포는 매출 변동을 견디기 어렵다. 결국 “입주민 수”가 아니라 “재방문 동기”가 없으면, 들어오는 순간부터 손익계산이 무너진다.
이 둘이 마주치면 거래는 성사되지 않는다. 한쪽은 내려놓지 못하고, 다른 한쪽은 올라타지 못한다. 그 틈에서 유리문만 깨끗해진다.
지금의 신호는 단순히 “경기 탓”으로 끝내기 어렵다. 대단지 입주가 상권을 자동 생성하던 시대는, 소비 방식 변화와 비용 상승으로 이미 흔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분양 단계에서 상가를 과감히 줄이거나 기능을 바꾸지 못하면, 입주 이후에 공실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기사에서 정비사업장들이 상가 면적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례가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핵심은 “상가를 팔아 사업비를 맞추는 방식”과 “동네가 실제로 감당하는 점포 수” 사이의 간극이다. 전자는 숫자를 완성하지만, 후자는 일상을 완성하지 못한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분양은 끝났는데 영업은 시작되지 않는’ 공실이 길어진다.
“상가는 세대 수를 따라오지 않는다. 상가는 생활의 이유를 따라온다.”
그렇다면 지금 손대야 할 지점은 명확하다.
단지상가 문제는 “시간이 해결한다”가 아니라, 가격·면적·업종·운영 규칙을 다시 잡는 일로만 풀린다.
첫째, 정비사업 조합/시행자: 상가를 ‘수익 보전 수단’으로만 두지 말고, 면적 축소·동선형(필수생활 중심) 재편·분양/임대 혼합 등으로 공급량부터 현실화해야 한다.
둘째, 지자체/인허가 주체: 대단지 상가에 대해 업종 편중(중개업소 쏠림 등)과 공실 장기화를 줄일 수 있는 관리 가이드를 만들고, 생활SOC·공공임대상가 등 흡수 장치도 병행해야 한다.
셋째, 상가 소유자: “공실=손실 0”이 아니다. 임대료 조정, 인테리어 지원, 단계형 임대(초기 낮게-매출 연동)로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넷째, 개인 투자자: 단지상가는 ‘세대 수’가 아니라 동선·앵커시설·고정비·업종 믹스를 먼저 보아야 한다. 분양가가 임대료를 밀어 올리는 단지는 특히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참고문헌
서울경제. (2026). 입주 1년 넘은 올파포 상가 63% 공실…“반값 세일에도 안 팔려”. 서울: 서울경제.
다방 뉴스. (2026). 입주 1년 넘은 올파포 상가 63% 공실…“반값 세일에도 안 팔려”. 서울: 다방.
다방 뉴스. (2026). 미분양·공실 리스크에…서울 재건축 단지들 상가 안짓거나…. 서울: 다방.
Beckett, S. (1953). En attendant Godot (초연: Théâtre de Babylone, Paris).
지지옥션 인용자료(기사 재인용). (2026). 서울 아파트 상가 경·공매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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