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건설현장”… 해답은 세대 간 ‘소통과 전수’

건설현장의 위기, 시니어의 지혜에서 해답을 찾다

by 김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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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건설현장은 지금, 거대한 세대 전환의 고비를 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의 도시를 세운 장인들이 하나둘 작업복을 벗고 떠나는 시대. 하지만 그 뒤를 잇겠다는 젊은이들은 턱없이 부족하다.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건설업은 청년층에게 외면당하며, 고령 인력만이 남은 현실. 건설기업은 지금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라는 말조차 점잖게 들릴 정도의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해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령'이라는 단어 속에야말로 해답이 있다. 바로 '소통과 전수'다. 인력이 줄어드는 현실을 탓하기 전에, 수십 년 축적된 노하우를 어떻게든 다음 세대에게 넘기고 조직 전체의 역량으로 체화하는 것. 여기에 미래가 있다.


건설업은 여느 산업과 달리 ‘인적 자본’이 중심이다. 비슷한 공정이 반복되는 제조업과 달리, 건설은 매번 새로운 지형과 조건, 설계에 맞서야 하는 '현장 산업'이다. 그만큼 경험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은퇴하며 이 노하우가 고스란히 증발할 위기에 놓였다.


그렇다면 세계는 어떻게 이 문제를 풀고 있을까.


미국 AT&T는 평균 근속연수 22년의 고령 인력을 해고하지 않고 '재교육'의 길을 택했다. 250개의 역할을 80개로 단순화하고, 시장이 원하는 기술로 직무를 재편하며 기존 인력의 재활용에 성공했다. 시니어가 조직 내에서 다른 직무를 넘나들 수 있게 만들자, 조직의 민첩성은 오히려 스타트업 수준으로 빨라졌다.


화이자는 아예 ‘시니어 인턴’을 도입했다. 젊은 인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험을 전수하고, 업무와 삶의 태도까지 멘토링하는 모습은 영화 <인턴>을 현실로 옮긴 사례다. 시니어의 ‘지혜’와 주니어의 ‘에너지’가 충돌이 아닌 시너지가 된 것이다.


스웨덴 건설기업 스칸스카는 '리버스 멘토링'이라는 신개념을 도입했다. 젊은 직원이 고위 임원에게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가르치는 이 제도는, 단지 기술을 익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세대 간 불신을 허물며, 오히려 조직의 포용성과 실행력을 높였다. 부즈앨런은 자율적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통해 원거리 근무자, 고령 직원, MZ세대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지식과 감각을 공유했다.


그렇다면 한국 건설기업은? GS건설과 현대건설은 이미 직급 폐지와 수평 조직을 통해 소통 문화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공종과 기능별 직무를 리스트업하고, 시니어 인력을 주니어와 짝지어 핵심 공정별 팀을 꾸리는 것. VR을 활용해 시니어의 노하우를 가상현실로 기록하거나, 프로젝트 공백기에 디지털 트윈 훈련을 실시하는 방식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때 중요한 전제가 있다. 전수의 대상이 되는 ‘주니어’ 인력도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 공사현장이 ‘기피 대상’이 아니라 ‘경력 성장의 현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보상체계와 커리어 패스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어떤 전수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지금 한국 건설업계는 초고령화의 벼랑 끝에 서 있다. 하지만 이 위기는 동시에 기회일 수 있다. 오직 나이 많은 인력만 남았다는 이 위기를 '지혜가 남았다'는 가능성으로 바꾸려면, 지금이 바로 마지막 시간이다. 기술은 사람을 이길 수 없지만, 사람을 연결해줄 수 있다. 연결의 시작은 '소통', 연결의 완성은 '전수'다.




한국 건설기업의 초고령화 대응 실행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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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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