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from 교도관

두 번째 해방

by 천천희

회사를 다니면서 책을 낸다는 것.

듣기만 해도 설레는 버킷리스트지만 바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그저 환상 같다. 나도 그렇다. 책을 낸 교도관 선배가 나는 부러웠다.




교도관으로서의 정체성을 넘어 부업작가로서의 선배도 궁금했다.



<나는 매일 교도소에 들어간다>라는 책을 낸 선배는 젊은 시절, 글쓰기라면 학을 떼고 도망을 쳤다고 했다. 서른 살에 우연히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이라는 소설을 통해 독서의 재미에 빠졌고, 40대 후반이 되어 글을 쓰고 싶어 졌다고 다.


"남이 할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고민하다 교도관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어요. 교도관으로 근무한 15년 동안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를 추려내 브런치에 한 편씩 올렸습니다. 글이 재미가 있었던지 다음 포털 사이트에 노출이 되어 조회수가 몇 만이 나오고 조금씩 사람들 입소문도 타기 시작했어요."


"책은 어떻게 내게 됐어요?"


"그렇게 입소문이 나더니 어느 날 밀리의 서재 에디터 님의 눈에 띄인거죠. 글이 재밌다며 전자책 출간 제의를 받았어요. 그게 <나는 매일 교도소에 들어간다>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브런치에서 그간 부지런히 써온 여러 글을 엮은 책이었다.


"브런치에서는 작가님 필명이 효라빠네요."


"아이들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큰 아이 '효은'이와 둘째 '라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브런치에서 단편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더 나아가, 신춘문예나 기타 공모전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선배.

"작가라는 부업을 통해 제 이름으로 된 소설을 출간하고 싶네요. 역량이 쌓이면 여러 사람 앞에서 강연도 해보고 싶구요."


나도 그렇다. 교도관으로만 지내는 것보다 그와는 아예 다른 정체성으로 살고 싶었다. 특히,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 하는 거라며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주위에는 정말 많은 직장인들이 부업으로 작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온라인에서 교도관 작가로 활동하는 선배들까지 알게 되니 마음 구석에서 작가를 향한 열정이 불 일듯 일어났다.

선배는 부업작가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운동이든 공부든 몇 달만 열심히 하는 거보다 1년, 2년을 기복 있게 하더라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원하는 목표를 이뤄 누군가 앞에 서면 항상 '꾸준함이 답입니다.'라고 말하니까요. "


"기복이 있더라도 꾸준히...."


"목표를 정하고 결과만 바라보다 보면 중간에 지칠 확률이 높습니다. 언제까지 해서 어느 정도 해야지 하는 거보다는 오늘 하루도 했구나, 이번 주도 몇 번 했구나 이렇게 과정을 보다 보면 지치지 않고 길게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


'음... 내가 생각한 꾸준함의 정의와는 조금 다르네.'


내가 생각하는 꾸준함과 선배의 꾸준함 사이에는 이격이 있었다. 나는 하루라도 계획한 일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하고 조급해지는 성향이다. 어제 열심히 살았더라도 오늘 늦잠을 자느라 책 읽기와 글쓰기를 건너뛰거나 유튜브 시청에 시간을 허비한 느낌이 들 때면 자괴감이 몰려온다. 그렇지만 선배는 '들쭉날쭉하더라도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면 그것이 꾸준함'임을 이야기해 주었다.


인터뷰 이후로 바뀐 나의 생각이 있다면 꾸준함에 대한 정의다.

나는 이제 완벽함이라는 구속에서 벗어나, 느슨한 꾸준함으로 나 자신을 또 해방시켰다. 그렇게 하니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성장에 대한 조급함에서 벗어난 나를 볼 수 있었다.






"작가로 활동하면서 가지고 있는 나만의 좌우명이 있으신가요?"


"글을 쓰면서 '좋은 글은 어떤 글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어요. 아마도 그런 글을 쓰고 싶어서겠지요. 아직도 정확한 답은 모르지만 좋은 글이란 진솔한 글이지 않을까라고 추측해 봅니다. 그런 글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좌우명까지는 아니어도 항상 진실된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진실된 글을 쓰는 사람. 그것이 내가 걸어갈 길이고 모든 작가들이 걸어갈 길이 아닐까. 진심을 다한 글이 아니면 독자에게 닿지 않는다. 내가 작가로서 쓰는 모든 작품들이 부디 진실됨으로 빚어지길.






인터뷰를 마치며 든 생각은, '하길 정말 잘 했다.'이다.


브런치 연재북 마지막 목차를 계획할 때부터 누군가와의 대화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교도관으로서 본받고 싶은 선배와의 뜻깊은 시간을 가지게 되니 기뻤다.


나의 두 번째 해방도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선배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느슨한 꾸준함'은 바로 교도관이라는 쳇바퀴 같은 삶 속에서 부업작가로 살아가고자 하는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선배와의 소중한 인터뷰가 새로운 곳을 걸어가는데 귀한 열쇠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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