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브리즈번, 다시 오고 싶었어.
브리즈번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아이와 여유롭게, 따뜻한 겨울방학 보내기." 너무 복잡한 관광 도시보다는 밝고 여유로운 곳, 물가가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으면서도 편안하고 안전한 곳. 그 교집합의 끝에 브리즈번이 있었다.
워킹맘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 동안 나는 늘 바빴다.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 후 방학에도 매일 아침 보온도시락을 챙겨 들고 돌봄 교실로 향했다. 아이에게 방학이란 반친구들을 못 보는 기간일 뿐이었다. 그렇게 3번의 방학 동안 마음 한구석이 늘 아렸다.
아이가 더 크기 전, 사춘기라는 파도가 덮치기 전, 여전히 너무나도 귀여운 '초등학교 2학년'의 지금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번 겨울 방학만큼은 학원 숙제나 다음 일정을 재촉하는 대신, 아이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기로. 아이에게 온전한 방학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사실 브리즈번은 나의 열아홉 살이 머물던 곳이기도 하다. 홀로 호주를 여행하던 만 19세의 나는 도시마다 다른 색깔의 기억을 남겼다. 시드니는 화려했지만 낯설었고, 멜버른은 낭만적이었지만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러웠다. 반면 브리즈번은 늘 다정했다. 가장 따뜻한 햇살을 내어주었고,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골드코스트의 푸른 바다를 품고 있었다. 당시 골드코스트의 해변을 홀로 걷던 나는 ‘언젠가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꼭 다시 이곳에 오게 해 달라고.' 바랐었다. 그때의 내가 보낸 간절한 초대장이 십수 년이 흘러 지금의 나에게 도착한 것일지도 모른다.
서울에서의 바쁜 일상과 “숙제 다 했니? “라는 말 대신, "오늘 하루 중 언제가 제일 행복했어?"라고 물으려 한다. 계획 없는 하루, 목적지 없는 산책.
브리즈번의 파란 하늘 아래서 우리는 비로소 '일정'이 아닌 '일상'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브리즈번, 이보다 더 완벽한 한 달 살기 도시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