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여유를 닮아 보기
눈이 마주치면, 환히 웃어준다.
그저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하루의 온도가 달라졌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슈퍼마켓의 좁은 통로에서도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대신 가볍게 웃어준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가벼운 미소를 건네고 받는 것만으로도, 딱딱했던 마음이 말랑하게 풀리며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말 한마디 섞지 않은 짧은 미소가 이토록 따뜻할 수 있다니. 생각해 보면 모르는 사람에게 대가 없이 미소를 건넨다는 것은 엄청난 배려다.
그 마음을 닮고 싶어 나도 따라 해 본다.
아이와 눈이 마주칠 때, 길에서 낯선 시선이 닿을 때, 특별한 이유기 없더라도 한 번 더 웃어보려고 한다. 그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도, 상대뿐 아니라 나 자신을 편안하게 만든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공간을 선물한다.
줄을 서거나 이동할 때, 상대의 개인적인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다. 실수로 조금이라도 가까워졌다 싶으면 “Sorry"가 먼저 나온다. 물리적인 거리감이 오히려 심리적인 편안함을 준다.
긍정의 언어와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Awesome, Perfect, Fantastic, Lovely!
작은 호의나 사소한 일에도 그들은 감탄 섞인 격려를 먼저 건넨다. 완벽하지 않아도 "이 정도면 충분히 좋다"라고 말해주는 문화는 타인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관대해질 기회를 준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No worries.“이다. 그 말은 내게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 혹은 "실수해도 괜찮다"는 다정한 허락처럼 들린다.
호주 사람들의 여유는 시간이 많아서가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아이 사진을 찍고 있으면 다가와 "함께 찍어줄까?" 묻고, 페리 시간표 앞에서 머뭇거리면 "어디로 가니?"라며 먼저 길을 안내한다. 친절은 늘 먼저 말을 걸어온다.
나도 그들의 여유를 조금씩 닮아가고 싶다.
조금 더 자주 웃고, 타인의 공간을 존중하며, 기꺼이 “괜찮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여유는 먼 곳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나의 태도를 조금 바꾸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