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선물 같은 파란 하늘

이렇게나 예쁜 하늘로 하루를 시작하다니.

by 르르베

한국에서의 내 아침은 늘 생존에 가까웠다. 눈을 뜨자마자 시간을 확인하고, 아이의 아침을 챙기고, 가방을 점검한 뒤 허둥지둥 집을 나서는 일상. 창밖의 하늘이 무슨 색인지, 구름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 따위를 살필 여유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브리즈번에서의 아침은 전혀 다르게 시작된다. 알람이 아닌 햇살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발코니 문을 활짝 여는 것이다.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어제보다 선명한 파란색의 하늘.


"와... 오늘 하늘 진짜 예쁘다."

매일 조금씩 다른 모양을 하는 구름, 윤슬이 반짝이며 유유히 흐르는 강물, 그리고 그 위를 미끄러지듯 오가는 CityCat. 그 풍경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마음의 빈틈이 차곡차곡 채워지는 기분이다.


대충 익힌 계란 프라이와 과일 몇 조각, 그리고 갓 내린 커피 한 잔. 이것만으로도 우리 집 거실은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뷰 맛집' 카페가 된다. 아이는 거실 바닥에 앉아 좋아하는 프라모델 조립에 열중하고, 나는 그 옆에서 식어가는 커피를 아껴 마시며 그저 창밖을 본다.


한국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불안함으로 다가왔다.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할 것 같고, 다음 스케줄을 미리 체크해야 마음이 놓였다.

그동안 나는 쉼을 미뤄야 할 일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대기업 부장 3년 차라는 타이틀과 20년 근속의 보상으로 얻게 된 소중한 한 달의 휴가가 비로소 나를 이곳에 데려다 놓았다. 그사이 아이는 어느덧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내 앞만 보고 달리느라 놓쳤던 시간만큼 아이의 몸도 생각도 훌쩍 자라 있었다.


이곳에서만큼은 조금 쉬어도 괜찮을 것 같다. 지금 이 풍경을 오롯이 즐기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할 일은 충분히 다 한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이렇게나 예쁜 하늘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일상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드는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이곳에서 아이에게 여유롭게 아침을 차려줄 수 있는 '엄마의 아침'이, 그리고 오직 나만을 위한 '선물 같은 아침'이 비로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