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그 겨울은 뜨거운 여름이었다
직장 생활 20주년, 대기업 부장 3년 차. 쉼 없이 달려온 나에게 선물 같은 한 달의 장기근속 휴가가 주어졌다.
이 귀한 시간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 아이를 바라보았다. 매일 아침 “엄마, 오늘 학원 일정 뭐야? 어디 어디 가야해?“라고 묻는 아이. 자기 몸집만 한 가방을 메고 매일 저녁 늦게까지 대치동 학원가를 돌며 셔틀버스 시간에 쫓기던 아이의 일상과, "내일 숙제했어?“, ”빨리 준비하자.“라는 말로 아이를 재촉하던 나의 모습이 그제야 또렷하게 보였다.
“이번 겨울 방학은 돌봄도 학원도 숙제도 없어. 우리 그냥 같이 놀자.”
20년을 버틴 나에게도 휴식이 간절했지만, 어쩌면 더 멈춤이 필요했던 건 매일 앞만 보고 달려야 했던 우리 아이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잠시 멈추기로 했다. 학원 가방 대신 수영복을 챙기고, 시계와 일정표 대신 서로의 얼굴을 보기로 했다.
브리즈번은 그렇게 우리의 목적지가 되었다.
유명한 관광지를 도장 깨기 하듯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우리를 재촉하는 것들이 없는 곳에서 한 달만 ‘다르게’ 살아보기. 조금 느리게 걷고, 조금 오래 바라보고, 조금 더 많이 웃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이 책은 어디를 다녔는지에 대한 화려한 여행기가 아니라, 멈추고 나서 더욱 선명해진 아이의 웃음과, 그 곁에서 함께 숨 쉬던 나의 행복에 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