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불공정 시계

by 슈펭 Super Peng

누군가에게 꿈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안식처이자 숨 쉴 틈이지만, 나한테 꿈은 돈이 많이 드는 숙제이자 숨통을 옥죄는 족쇄, 될지 안 될지 모르는 막막한 절벽이다.


어떤 삶은 투명하게 흘러간다. 그들에게 기회는 자동문처럼 열리고,

노동이 쌓아야 할 탑이, 그들에겐 가벼운 지인의 선물. 몇 년을 저축해야 닿는 곳을, 그들은 친절한 명함 하나로 건넌다.

관계는 곧 다음 기회가 된다. 세상의 호의와 친절은 언제나 그들 주변을 에워싼다.

숨 쉬듯 등록되는 강의, 당연하게 주어지는 시간과 여유. 그들의 우주는 질서정연한 무료(無料)의 낭만 속에서 돈다.


그러나 나의 우주는 자꾸만 삐걱거린다.

원하는 강의실 문턱, 세상이 기회의 문을 열기 전, 그들은 이미 지도를 건네받는다.나는 입구조차 찾아 헤매는데, 그들은 숨겨진 길목의 표지판이다.

듣고 싶은 목소리의 높이까지 배움의 문은 열리지만, 그 대가는 곧 지식의 빚.

그들이 잠자는 사이에도 그들의 돈은 깨어나 또 다른 돈을 불린다.

나는 전력을 다한 등반이지만, 그들은 자본이 만들어 준 수직 엘리베이터.

남들이 흙을 밟듯 딛는 하나 얻는 것도 나에게는 소모되고 닳아버린 당연함.


뭐든 돈이라는 냉혹한 진실.

재능도, 돈 버는 방법도 물려받는 그들과

가진 것 없는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현실.

나는 끝없는 경사로를 홀로 오르지만, 정상은 늘 더 높아진다. 이 보이지 않는 족쇄가 발목을 묶는다.

언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지 알 수 없고, 꿈을 향한 걸음마다 소외와 무게가 더해진다.


홀로 이 짐을 지는 것은 괜찮다. 내가 감당할 몫이기에.

가장 두려운 것은 나의 등 뒤에 선 아직 오지 않은 얼굴들. 가난이 내 후대에도 물려줄까 걱정되는 밤.

가장 소중한 이에게 절망이라는 유산을 넘겨줄까 봐 나의 그림자는 차마 길게 뻗지 못한다.

희망이 무거운 쇳소리로 울릴 때, 나는 홀로 이 유효기간 없는 유료(有料)의 짐을 짊어진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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