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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과학,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

1. 과학, 흔들리는 진리를 따라

by 홍종원

카페 안엔 라디오 음악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수현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문득 물었다.


“교수님,
그런데 과학이란... 도대체 뭐예요?”


최 교수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어떤 의미에서 묻는 건가요?”


“그냥...
저한텐 아직 과학이 어렵고,
수식도 많고, 복잡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과학이 중요하다고 말하잖아요.
그럼 과학이란 결국 뭐죠?
절대적인 진리인가요, 아니면 그냥 인간이 만든 설명인가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최 교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천천히 말했다.


“좋은 질문이네요.
사실 저도 그 질문을 오랫동안 해왔어요.”


과학은 단순한 공식이나 데이터의 나열이 아니다.
그것은 실패와 고뇌,
끈질긴 집념,
그리고 탐구의 아름다움이 겹쳐진 아주 인간적인 이야기다.


우리는 종종 과학을 정확한 것, 틀리지 않는 것,
심지어 진리 자체로 오해한다.
하지만 과학은 언제나 그 시대의 최선의 설명일 뿐이다.


내일 더 나은 설명이 등장하면,
오늘의 과학은 유효기간을 끝낸다.
과학은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탐구의 이름이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쓰기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 자신의 이론을 의심하며 수년간 망설였다.
그는 "가장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라고 말하며
진화 그 자체보다, 그걸 이해하려는 시선을 중요하게 여겼다.


파인만은 말했다.
‘과학은 의심을 사랑하는 일이다.’
모든 것을 확신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질문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
그게 바로 과학자의 태도이며, 인간의 태도다.


뉴턴도, 아인슈타인도,
모두 그 시대에서 최선을 다해 설명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설명은 후대에 의해 다시 해석되고, 고쳐지고, 확장된다.


과학은 틀리지 않기 위해 나아가는 길이 아니다.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실패를 반복하는 여정이다.
그 속엔 늘 인간이 있다.
기록하고, 관찰하고, 의심하고, 질문하고,
마침내 납득하고, 다시 의심하는 존재로서의 인간.


그래서 과학은,
수식과 논리 너머에서 인간의 마음과 마주하는 학문이다.
차가운 공식 속에서 따뜻한 의도를 발견하는 일.
과학은 그렇게,
인간의 손끝에서 다시 시작된다.


수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식도, 이론도, 공식도...
다 누군가의 긴 질문과 실수,
그리고 고뇌 끝에 나온 거잖아요.
그러니까 과학은 완성된 게 아니라, 진리를 향한 끝없는 탐색이네요.”


최 교수의 눈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죠.
오늘 우리가 가진 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그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설명일 뿐입니다.”


창밖의 빛이 카페 안으로 길게 스며들었다.
수현은 그 말이 이상하게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차가운 공식 속에서 사람의 숨결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최 교수는 잔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어쩌면 과학은,
질문과 질문이 이어져 만든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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