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이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교수님, 다윈이 정말 그렇게 대단한 과학자입니까?"
최영도 교수가 미소를 지었다.
"대단한 정도가 아니죠. 그는 과학의 지도를 다시 그린 사람입니다.
생물학에서의 다윈은 물리학에서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에 견줄 만큼 혁명적인 인물입니다."
다윈 이전의 세계는 단순했다.
생명은 '창조된 것'이었고, 종(Species)은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당연했다.
그러나 다윈은 말했다.
"생명은 창조된 것이 아니라, 변하고 진화한다."
그 한 문장은 인류의 관점을 통째로 흔들었다.
인간이 특별한 피조물이 아니라, 자연선택이라는 필터를 거쳐 나타난 하나의 종에 불과하다는 사실.
당시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세상을 보는 눈 자체가 바뀐 거네요."
"그렇습니다."
최 교수가 진지하게 말했다.
"이건 단순한 과학 이론이 아니었어요. 종교, 철학, 윤리, 인간학, 모두 새로 정의해야 했죠.
토머스 쿤이 말한 '패러다임 전환'이 바로 이런 겁니다.
기존의 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순간, 완전히 새로운 틀로 세상을 봐야 하는 때 말이죠."
다윈의 등장은 과학사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비견된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 중심설을 무너뜨렸듯, 다윈은 '종은 고정되어 있다'는 전제를 무너뜨렸다.
그 여파는 생물학을 넘어 인문학, 사회학, 정치학까지 퍼져갔다.
진화론은 단지 생명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틀을 새로 짠 이론이었다.
수현이 물었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이 그걸 곧바로 받아들였을까요?"
최 교수가 웃었다.
"절대 아니었죠. 『종의 기원』이 출간되자마자 격렬한 반대가 쏟아졌습니다.
종교계는 '인간의 존엄을 부정한다'며 분노했고, 일부 과학자들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과학자들은 달랐어요.
오랫동안 자연을 관찰한 이들은 그의 설명이 놀라울 정도로 현실과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논쟁은 곧 19세기 후반의 '과학 대 종교' 대립으로 번졌다.
옥스퍼드 토론에서 주교 윌버포스가 다윈을 조롱하자, 토머스 헉슬리가 일어나 이렇게 말했다.
"저는 원숭이를 조상으로 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실을 왜곡하는 사람과 같은 종이라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이 한마디는 대중의 마음을 강하게 흔들었다.
그리고 진화론은 서서히 과학계의 주류가 되어갔다.
수현이 웃으며 말했다.
"결국, 다윈은 단순히 이론을 만든 게 아니라... 생각의 틀 자체를 바꾼 거군요."
"맞습니다."
최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는 다윈의 시선 위에서 세상을 보고 있는 거죠."
당신이 '절대 진리'라고 믿는 그 생각.
언젠가 다윈이 했던 것처럼, 완전히 새롭게 그려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과학은 확신이 아니라 의심에서 자란다.
어제의 진리가 내일의 질문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