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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빅데이터, 세상을 읽는 눈

1. 과학, 흔들리는 진리를 따라

by 홍종원

수현이 스마트폰으로 날씨 앱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교수님, 이거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내일 비 올 확률을 알죠? 그냥 찍은 건 아니잖아요?"


최 교수가 웃었다.
"찍은 거면 그건 점쟁이죠. 이건 빅데이터가 하는 일입니다."


빅데이터란 말 그대로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뜻한다.
하지만 단순한 양이 많다고 빅데이터가 되는 건 아니다.
다양성(Variety), 속도(Velocity), 정확성(Veracity)까지 갖춰야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그건 단순한 숫자나 글자가 아니라, 세상의 흐름을 잡아내는 촘촘한 감각망이다.


수현이 물었다.
"그럼 날씨 예보도 빅데이터 덕분이에요?"


"그렇죠. 위성사진, 해양 부표, 기상 센서, 심지어 비행기의 센서까지.
전 세계에서 매초 쏟아지는 데이터를 모아 계산하는 겁니다.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일 비가 올 가능성을 예측하는 거죠."


빅데이터의 힘은 '관찰'을 '패턴'으로 바꾸는 데 있다. 사람이 손으로 계산하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 하던 규모의 데이터가, 이제는 실시간으로 분석된다.


쇼핑몰은 당신의 클릭과 머문 시간을 훑는다.
그리고 다음에 살 물건을 먼저 건넨다.


병원은 유전자와 생활 습관을 맞대어 본다.
발병 위험을 증상이 나타나기도 전에 알려준다.


스포츠 구단은 선수의 한 걸음, 한 호흡을 기록한다.
부상 가능성을 미리 읽고, 훈련을 새로 짠다.


금융회사는 실시간으로 흐르는 숫자를 감시한다.
사기 패턴이 스치면, 그 순간 거래를 끊는다.


빅데이터는 경계를 모른다.
사실을 모아 패턴으로, 사람보다 먼저 결론을 내린다.


수현이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
"근데 이렇게 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죠? 컴퓨터도 한계가 있을 텐데요."


"맞아요. 그래서 등장한 게 클라우드 컴퓨팅과 분산 처리 기술이에요.
수백, 수천 대의 컴퓨터가 동시에 데이터를 나눠 분석하죠.
구글, 아마존, 네이버 같은 기업들이 이런 인프라를 만들어서,
누구나 거대한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게 한 겁니다."


빅데이터의 가치는 '미래를 읽는 눈'에 있다.
과거의 패턴을 읽고,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을 계산한다.
선거 결과, 전염병 확산, 주식 시장 변동.
이 모든 걸 미리 감지할 수 있는 건 빅데이터 덕분이다.


하지만 이것도 완벽하진 않다.


첫째, 데이터가 잘못되면 결과도 잘못된다.
예를 들어, 기상 관측 장비가 고장 나 잘못된 온도를 기록하면,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날씨 예보는 빗나간다.


둘째, 숫자만으로는 맥락을 알 수 없다.
어떤 사람이 하루에 커피를 다섯 잔 마신다는 정보만으로는, 그게 단순한 습관인지, 직업상 필요한 일인지, 건강 문제 때문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셋째, 개인정보와 사생활 침해 위험이 뒤따른다.
쇼핑 기록, 위치 정보, 건강 데이터 같은 것이 유출되면, 개인의 생활 패턴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다.


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빅데이터는 세상을 더 잘 볼 수 있게 해 주지만... 그게 항상 진실을 보장하진 않는군요."


"맞아요. 망원경이 먼 곳을 보여주지만, 무엇을 볼지는 결국 사람이 정하죠."


앞으로 빅데이터는 더 많은 분야에서 쓰일 것이다.
도시의 교통 흐름을 실시간으로 조절하고, 강남대로의 신호등을 AI가 조정해 정체를 줄일 수도 있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며, 환경 변화에 맞춰 농업을 최적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방향을 잘못 잡으면, 사람 대신 알고리즘이 세상을 판단하는 위험한 시대가 될 수도 있다.


수현이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결국 데이터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네요."


최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빅데이터는 세상을 읽는 눈이다.
그 눈을 어디에, 어떻게 돌릴지는... 여전히 우리 손에 달려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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