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학, 흔들리는 진리를 따라
지금 이 순간에도 AI는 당신의 검색어를 분석하고,
내일 날씨를 예측하며,
영화를 추천한다.
우리는 이미 AI 속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어떻게 이렇게 똑똑해진 걸까?
수현이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교수님, 인공지능은 어떻게 이렇게 똑똑해진 거예요?"
최 교수가 웃었다.
"겉보기에는 마치 생각하는 것 같죠.
하지만 원리를 알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를 본떠 만들어졌다.
수많은 뉴런이 작은 불빛처럼 켜졌다 꺼지며 신호를 주고받듯,
AI 속 인공 뉴런도 데이터가 지나갈 때마다 반응하며 다음 층으로 신호를 넘긴다.
이 구조를 '인공 신경망'이라고 부른다.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용어는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처음 등장했다.
기계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는 발상을, 과학의 무대 위에 올린 역사적 순간이었다.
수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AI도 경험을 통해 배우는 건가요?"
"네.
AI는 출력 결과와 정답의 차이를 계산합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줄이도록 내부 연결의 세기를 조금씩 바꿔 나가죠.
잘못된 답을 내면 '다음에는 이렇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 조정하는 겁니다.
이 과정을 수천, 수만 번 반복하면서 점점 더 정확해집니다."
딥러닝은 인공 신경망을 여러 층으로 깊게 쌓은 구조다.
마치 양파 껍질처럼, 한 층이 찾은 패턴을 다음 층이 더 복잡하게 조합한다.
사진 속 고양이를 찾는다고 할 때,
첫 층은 '선'을 찾고,
둘째 층은 그 선을 조합해 '귀나 눈 모양'을 인식한다.
마지막 층은 이 모양들을 합쳐 '고양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수현이 감탄했다.
그러니까 층이 많아질수록 더 복잡한 것도 알보는 거네요."
"맞아요.
그런데 딥러닝만으로 지금의 AI 성능을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첫째는 방대한 데이터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학습에 쓸 데이터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폭발적 보급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찍어 올린 사진, 여행 영상, 음성 메모, 메시지가 끝없이 쌓였다.
둘째는 병렬 연산 장치(GPU)다.
원래 게임 그래픽을 처리하던 GPU는 동시에 수천 개의 계산을 처리할 수 있다.
복잡한 신경망 학습에 이보다 더 잘 맞는 도구는 없었다.
셋째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고성능 서버를 전 세계에서 동시에 쓸 수 있게 하면서,
누구나 거대한 AI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딥러닝, 데이터, 그리고 이런 컴퓨터 기술들이 만나서 지금의 AI가 된 거군요."
"그렇죠.
이 기술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AI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영역까지 뻗어 나간 겁니다."
수현이 미소 지었다.
"그래서 요즘은 AI가 없는 기계를 찾기 힘든 거군요."
"맞아요.
앞으로는 가전제품에서 생활용품까지, 기본적인 학습 기능을 갖게 될 겁니다.
AI는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모든 기기에 스며드는 능력이 될 거예요."
AI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 깊이 스며들었다.
사진과 영상을 분석해 사물을 인시하고,
언어를 이해해 번역하거나 요약하며,
사람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추천하고,
도로 상황을 읽고 순간적으로 판단해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기술들은 서로 얽히고 합쳐져, 과거에는 풀기 어려웠던 복잡한 문제들까지 해결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전능한 것은 아니다.
첫째, 편향이다.
AI는 주어진 데이터에서만 배운다.
데이터가 편향돼 있으면, 결과도 그대로 편향된다.
둘째, 설명 불가능성이다.
딥러닝 모델은 블랙박스와 같다.
수백만 개의 매개변수와 층을 거쳐 계산을 수행하지만,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사람조차 설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AI가 대출 심사에서 '거절' 결정을 내렸을 때,
그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셋째, 환각이다.
사실이 아닌 정보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챗봇이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인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AI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통계적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답을 선택할 뿐이다.
이 착각이 때로는 위험을 만든다.
수현이 물었다.
"그럼 AI가 정말 똑똑한 건 아니네요?"
"그렇죠.
똑똑해 보이지만, 스스로 의미를 깨닫는 건 아닙니다.
사람이 설계한 범위 안에서만 '잘 배우는 학생'일 뿐이에요."
앞으로 AI는 더 작고, 더 빠르게, 더 많은 곳에 스며들 것이다.
병원에서는 환자 진단을 돕고, 농장에서는 작물 생육을 최적화하며,
도시 전체의 에너지 흐름을 관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가능성에는 윤리와 책임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데이터의 출처,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의 투명성.
기술의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
수현이 창밖을 바라봤다.
"결국 AI의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쓰느냐에 달린 거군요."
최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미래를 다시 쓰는 펜은, 여전히 우리의 손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