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놀이터

재밌었으니까!

by 펠릭스

어린 시절에는 놀 곳이 참 많았습니다. 집 바로 앞에는 너른 공터가 있었고, 조금만 걸으면 개울가가 있었죠. 그리고 조금 더 많이 걸어가면 작은 언덕도 있었습니다. 주변 모든 곳은 놀이터였고, 놀지 못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조금 위험한 놀이터에서 놀았던 적이 있습니다. 아주 조금 위험한.



image.png 미리 스포일러 하자면, 저런 철골이 잔뜩 있는 놀이터였답니다.



어렸을 적, 외 할머니는 부산의 당감동이란 곳에서 살고 계셨습니다. 묘하게 어감이 좋아서 입에 촥 감기는 이 당감동은 제가 지내던 시골과는 다른 꽤 재미난 곳이었습니다. 할머니댁에 놀러만 오면 주변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곤 했는데, 철로 무언갈 만드는 공장들이 꽤 있어서 창문으로 구경하곤 했었습니다.


할머니 댁에 놀러 온 어느 날. 그날도 어김없이 저는 동네 구경을 하러 나갑니다. 그러다 근처 넓은 공간에 처음 보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다리를 지을 때 쓰는 철근들이 잔뜩 쌓여있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신기한 모습이지만, 제 눈에는 재미난 놀이터로 보입니다. 산은 높아서 오른다면, 철근 역시 높아서 올라야죠!! 그렇게 저의 위험한 놀이터 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쌓인 철근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높게 쌓여 있었습니다. 꽤 높았습니다. 기억이 맞다면 거의 2층 건물 높이만큼은 쌓여있었던 거 같거든요. 높은 철근 위를 걸어 다니며 "와, 여기서 떨어지면 큰일 나겠다..." 하면서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주 용감했네요!


조심조심, 혼자서 열심히 뛰어놉니다. 위험한 곳인데 거기서 또 뛰어놉니다. 대충 예상되는 결말이 나올 시간이 되었죠? 폴짝, 폴짝하다 미끌합니다. 뛰다 미끄러져 넘어질 뻔합니다. 운 좋게 넘어지지 않은 듯 하지만, 이내 쑥 하고 어딘가로 빠집니다.


떨어지다 퍽!! 하고 멈춥니다. 다행히 높은 곳에서 떨어진 건 아니지만, 양 허벅지 안쪽에 철근이 다 쓸릴 정도로는 떨어졌습니다. 철근이 붉은색이어서 허벅지가 붉었졌던 건지, 아니면 피가 나서 붉어졌던 건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엔딩은 눈물바다로 끝이 났습니다. 이래서 남자들이 수명이 짧나 봅니다.



pexels-borishamer-16966445.jpg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제 피가 조금 섞여 있을 다리에게.



이런 일이 있었지만, 이 뒤로도 공사장에서 놀았던 기억들이 더 있는 걸 보면.... 학습 능력이 나쁘거나, 용감하거나 둘 중 하나인 듯합니다.






- 당시 살던 집의 옥상과 옆집 옥상의 간격이 가까웠는데, 거기를 뛰어보려고 했었던 적도 있네요. 높은 데서 떨어져 발목을 크게 다쳐본 경험이 저를 말려줘서 다행이었네요.






어린이 집에 다닐 때, 아이에겐 재미난 별명이 붙어있었습니다. "호기심 많은 겁쟁이". 호기심은 많은데, 무서워서 안 해보려고 해서 붙은 별명입니다.


아이는 저와 다르게 겁이 많아서 늘 한 발치 떨어져서 뭔가를 합니다. 그럴 때면 제가 먼저 보여주고, 행동해 주며 별거 아니란 걸 보여주는 편이죠.



공원에 놀러 간 날, 나무에서 기다란 실과 송충이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아이는 무서워서 도망가면서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 용기를 냅니다.



"아빠, 잡아와!!"



음, 그 그래. 작은 나뭇가지를 하나 잡고, 송충이를 그 위에 올립니다.



"이것 봐, 송충이는 이렇게 생겼어!!"


아이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려고 나뭇가지를 들어 올려 아이에게 보여줍니다. 아이는 송충이가 보이지도 않을 위치에서 "우와~~~" 하며 감탄하고 있습니다. 별명 참 잘 지어주신 거 같단 말이죠...?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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