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부 될뻔한 날

근처에도 못 가긴 했지만.....

by 펠릭스

이제 초등학생이라 불러도 될 시기가 되었습니다. 고학년이 되면서 국민학교란 이름은 초등학교로 변경되었고, 그렇게 익숙하던 국민학생이란 이름 대신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저는 매일같이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아이였습니다.


가장 많이 했던 놀이는 얼음땡. 저희는 얼음물방이라고 불렀었는데,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술래는 아이들을 모두 잡으면 끝.

- 술래가 아닌 아이들은 술래를 피해 도망친다.

- 술래가 아닌 아이들은 "얼음!"을 외치면 얼음 상태가 되고, 술래는 잡지 못한다.

- 얼음 상태인 아이는 얼음임을 표시하기 위해 손을 X자로 교차하여 가슴에 두고 서 있어야 한다.

- 얼음 상태인 아이는 움직일 수 없다. (혼선 방지를 위해 손은 X자 모양을 유지해야 함)

- 술래가 아닌 아이가 얼음인 상태의 친구의 몸에 손을 대며 "물!"이라고 외치면 얼음 상태의 친구는 다시 정상 상태가 된다.

- 2~3걸음 내 얼음 상태인 친구가 2명이 있다면, 서로 몸을 부딪히며 "쨍그랑!" 하고 소리를 쳐 서로 얼음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친했던 친구 2~3명과는 매일같이 운동장에서 얼음물방을 하며 놀았습니다. 아이들의 놀이는 진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 얼음물방에는 진심이었습니다. 술래는 잡기 위해, 술래가 아닌 아이들은 잡히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뛰어다녔습니다. 공부를 이 열정으로 했더라면...........



{F1DE0178-DCDE-47D9-9ED3-BE5ED4385B25}.png 네이버 지도로 찾은 당시 학교의 모습. 이때는 담벼락이 없네요?



즐기는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요? 그렇게 일 년 내내 얼음물방을 즐겼던 저는 달리기를 잘하는 아이가 되어있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달리기를 꽤 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듯합니다.



어느 날, 체육 선생님이 반에서 달리기를 잘하는 친구들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당시 저는 제가 달리기를 잘하는지 몰랐고, 운동은 관심이 없었던 터라 멍~~ 하게 있었는데, 갑자기 저를 부르시기 시작합니다. 친구 몇몇이 제가 달리기를 잘한다고 이야기를 했었나 봅니다.


어..? 하는 사이, 몇몇 친구들과 운동장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모인 친구들이 정말 잘 달리는지 확인하기 위해 각자 시간을 측정합니다. 100m 달리기로 시간을 측정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뛰었음에도 좋은 성적이 나왔나 봅니다. 이제 끝났겠지... 하고 숨을 고르고 있으니 내일 학생 전체가 모이는데 나오라고 합니다.... 네?




다음 날. 뜻밖의 재능을 발견한 듯한 느낌을 받으며 운동장으로 향합니다. 갑자기 내가 육상 선수가 되면 어쩌지... 란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운동장에 도착해 보니 꽤 많은 인원이 모여있었습니다. 제가 있던 반에서는 저와 친구 1명, 이렇게 2명이 왔는데 전체 학년에서 사람이 모이니 꽤 많은 인원이 모였습니다. 거기에 학교에서 달리기를 잘하는 아이들이 다 모여있었습니다.


측정은 지난번과 조금 다르게, 5명이 한 번에 100m 달리기를 하는 구조. 아까 하던 쓸데없는 걱정은 올림픽 운동장 입구까지 가 있었고,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분 뒤. 저는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왔죠. 함께 갔던 친구는 육상부로 스카우트되었고, 저는 운동장에서 얼음을 외쳤습니다. 재능의 차이를 또 한 번 느끼면서 말이죠.


image.png 얼음!!






- 학교에서 잘 달리는 아이들이 뛰는 걸 봤는데, 우와.... 재능은 다르구나... 한걸 느꼈습니다. 그냥 다른 세계.

- 운동하기 싫어서 느슨하게 뛰었습니다. 믿어주세요.

- 당시 저는 김해에서 살았고, 아해는 부산에서 살았는데 이 놀이의 이름이 다르더라고요. 아내는 얼음땡, 저는 얼음물방.





얼마 전, 온 가족이 모여 집 근처 공원으로 놀러 갔습니다. 도시락도 싸가고, 놀 거리도 가져가지고 말이죠.

아이는 밥을 먹은 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온 가족과 함께 얼음땡을 하자고 합니다. 유치원에서 배운 모양이에요.


항상 놀이를 하면 아빠가 술래가 됩니다. 엄마랑 아이는 같은 편이라서 술래를 하면 안 되거든요.

술래가 된 저는 꽤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준비, 시~~ 작!!"



아이랑 하는 게임이니, 느슨하게 해 볼까!! 하고 달리기를 시작하자 곧 아이가 외칩니다.



"얼음!!"



........ 시작하자마자 얼음 하는 게임 아닌데......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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