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새도록 지켜보는 마음

이 세상 단 한 조각이라도

by 어제의 오늘

나는 어릴 적 큰 덩치와 다르게 자주 아픈 아이였다.

처음 할머니집에 도착했을 때는

아토피같이 피부병에 이곳저곳 아파

붉어진 피부가 그리 불쌍해 보였단다.


정성으로 키워낸 무농약 채소를 정성으로 손질해

이유식해먹이며 피부명을 낫게 했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하시던 나의 할머니는

때론 나의 의사 선생님이었던 것 같다.


그 이후에도 자주 아프고 감기에 걸리는 나를 보며

할머니는 없는 살림에도

기어코 보약한재를 지어 먹이셨다.

그때는 사정상 잠시 친척들과 함께 지낼 때였는데,

나만 챙기는 것이 미안도 하고,

혹여 질투라도 할까 싶어 바깥 장독대에

보약을 숨겨두고 한 포 한 포 몰래 꺼내 먹이곤 하셨다.


그렇게 보약한재를 먹고 나선 신기하게도

몸이 좀 좋아졌는데,

그럼에도 매년 한 번은 크게 앓아누워

한해의 액땜을 하는 듯 밤새 아프곤 했었다.


열이 오르고, 음식을 잘 먹지 못하고

끙끙 앓으며 보낸 날들이 하루 이틀이었겠냐만은

할머니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밤을

물수건을 들고 종종거리며

어쩔 줄 모르는 마음으로 나를 지켜보았다.

매번, 매 해가 찾아오면 이리 아플 것을 알면서도

또 금세 나아질 것도 알면서도,

이 밤이 끝나지 않을 것 마냥 내 옆에 딱 붙어

밤새워 나를 지켜보셨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며 떠올리는 한 밤도 그랬다.

유독 기억이 나는 하루.

이제는 한해의 한 번쯤 세게 앓는 것이 익숙해진 때,

그날도 열에 취해 끙끙대면서도

할머니를 안심시켜 보겠다고 이런 말을 했었다.

매년 있는 일이잖아, 신고식인가 봐.

올해도 액땜했다. 이제 안 아플 건가 봐!‘

할머니도 그렇다고 하셨다.

그렇다고 해도 나를 챙기는 바지런한 손길이

멈춘 것은 아니었다.


그날은 좀 견딜만해서 자다 깨다 하면서도

할머니의 손길을 느끼며 이따금 대화도 했던 것 같다.

우두커니 앉아, 티비 불빛에 의지해서

나를 챙기는 할머니의 손은

물수건 때문에 시원해져 있었다.

더운 열기에 그 시원하고 큰 손을 꼭 잡고

자다 깨다를 반복 하면서 나는

이 긴 밤을 지새우는 마음은 대체 어떤 마음일까

생각해 보다가 감히 짐작할 수 없음에

생각을 멈추고 스르르 잠에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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