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단 한 조각이라도
어렸을 적 나는 바닷가를 인척에 둔 마을에 살았다.
그 마을을 찾아오는 생선트럭이 있었는데,
할머니는 마을 어귀에 들어오는 트럭을 놓치지 않고
쫓아가서는 나에게 먹일 생선들을 사 오곤 하셨다.
그중 가장 많이 먹었던 것은 굴비일 것이다.
해산물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할머니가 발라주신
생선살을 한입 두 입 먹어가는 사이에
어느새 밥 한 그릇을 비우곤 했었다.
특히 어렸을 적 기억나는 것은
‘이중에 가장 맛있는 부분이 어딘 줄 알어?
바로 눈이야, 눈!‘
하고 말씀하시며 굴비 눈을 먹는 시범을 보이셨던
할머니의 모습이다.
그를 따라 나도 어설프게 생선눈을 입에 넣고
돌사탕마냥 이리저리 굴려보는 재미를 느꼈다.
항상 나에게는 가장 좋은 부분,
가장 살이 많은 뱃살, 등살 부분을 발라주고선
머리가 제일 맛있다며 늘 남은 부분을
마저 발라드셨던 모습은 어쩌면 이 시대가 기억하는
아주 흔한, 희생적인 할머니의 상 이었다.
그런 할머니가 아프시고나서
큰아빠는 할머니를 돌보시며 반찬으로
굴비를 자주 구워주기 시작하셨는데,
남기지 않고 싹싹 2마리씩도 드셨다 하시더라.
평생 먹지 못한 것을 지금 다 드시나 하는 생각에
또 괜히 생각이 깊어지는 날이었다.
할머니와의 추억을 되새기자면
요리들이 빠질 수가 없는데,
내가 지금도, 그리고 아주 먼 훗날에도 그리울 것은
‘부침개’가 아니려나 생각한다.
나는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데
그중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는 부침개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었는데
기름을 자작하게 둘러 바삭하고 쫀득하게 구워내는
할머니의 부침개 솜씨는 나를 살 찌우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반찬이 없다고 내가 집에 가는 길이면
아침저녁으로 몇 장씩 부쳐놓으신 부침개는
할머니가 힘에 부치고, 내가 살이 찐다는 핑계로
그만해도 된다는 만류에 차차 사라지게 되었다.
언젠가 끝이 올 것을 알았음에도
아쉬움은 여전히 찾아오듯이,
이제는 먹지 못할 음식을 떠올릴 때마다
우리의 끝도 자꾸만 생각하게 되어서
마음 한편이 여간 시린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