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생 끝, 또 하나의 장애물

대만에서 일자리 구하기

by 대미녀

대만에 와서 우체국 계좌 만들기, 집 구하기라는 큰 산을 넘고 나니 또 하나의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끝은커녕 또 시작이었다.

바로 ‘일자리 찾기’였다.


5월 말, 이사 후 한 달 동안 나는 알바를 계속 지원했지만 연락은 없었다.

“언제 일자리를 구할 거야?” 대만 친구가 물었고, 부모님도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솔직히 당장 돈이 급한 건 아니었지만, 주변의 압박은 점점 커졌다.

게다가 7월은 내 몸과 마음 모두 최악이었다.

정신적으로 지쳐 계획 없이 집 안에만 박혀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결국 일주일 정도는 술에 의존하며 생활했다. (이렇게 막 산 적은 처음이었다...)

‘나는 왜 이러고 있지? 내가 대만에 온 이유가 뭐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우울에 잡아 먹혀버렸다.


집 에어컨에서는 얼음이 떨어지고, 세탁기는 곰팡이로 뒤덮였다.

매일 청소하며 버텼지만, 집주인은 늘 "모르겠다, 원래 그렇다"는 말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내 빨래를 도둑맞은 것이다.


그날은 가족들이 대만에 놀러 온다고 해서,

기분 전환도 할 겸 오랜만에 밖을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쏙 들어 구매했던 바지였다.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을 버티게 해 준, 일종의 작은 선물 같은 바지였다.

쇼핑 후, 기분 좋게 집에 와서 깨끗이 세탁 후 옥상 공용 건조대에 널어두었는데,

다음날 가보니 그 바지만 사라져 있었다.


앞쪽에 둔 것도 아니고, 다른 빨래들 사이에 조심스럽게 걸어둔 바지였다.

옷걸이에 집게를 꽂아놨기에 바람에 날아갈 수 없는 구조였고,

집게는 그대로 있는 걸로 보아 누가 일부러 빼간 게 분명했다. 정말 화가 났다.


나는 집주인에게 연락해 “CCTV 확인해 볼 수 있나요?”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옥상엔 CCTV 없어요.” “조금 더 기다려보세요.” “정말 도둑맞은 것 맞나요? 잘 찾아보세요.” 뿐이었다. 정말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게 느껴졌다.

그날 밤, 바람도 강하게 불지 않았는데... 괜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심지어 한 음료점에서는 인종차별까지 경험했다.

리프레쉬하러 공원 산책 후 들른 곳에서,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척 반복하며, 내가 주문한 음료와 다른 음료를 가져왔다. 심지어 컵에는 내가 주문한 음료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내용물은 달랐다.


게다가 인간관계에서도 일이 꼬였다.

대만에 와서 친해졌던 친구와의 관계도 갑작스레 마무리되었고,

정말이지 세상이 나를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이러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내가 바닥까지 떨어져서 괴로워할 때,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진짜 많이 힘든가 보다. 걱정 다 해결되고 예전처럼 돌아왔으면 좋겠어.”


그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았다.

이 얘기가 나를 자극했는지 다시 일어나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7월 말, 가족과 친구들이 차례로 대만에 찾아오면서 마음이 조금씩 회복됐다.


‘그래, 휴가 끝나면 다시 일자리를 찾아보자.


대만에도 구인구직 앱은 다양했다.

104人力銀行(104 인력은행), 小雞上工(샤오지샹콩), 1111找工作(이이이이 짜오공줘) 등...


- 중국어 초급이라면 ‘네이버 대만 카페’ 활용!
- 중국어가 어느 정도 된다면 ‘104人力銀行’ 추천!
- 현지 친구가 있다면 소개받는 것도 좋은 방법


하지만 중국어 실력이 아직 부족했던 나는 현지 공고를 보는 게 쉽지 않았다.

영어도 잘하지 못했기에, 처음엔 조금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대만 친구가 알려준 공고 하나와 네이버 대만 워홀 카페에서 공고 하나를 발견해 비교해 보았다.

둘 다 집은 가까웠지만, 카페 공고가 조금 더 끌렸다.

‘밤늦게 연락해도 되려나?’ 고민하며 메시지를 보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답장이 왔고, 그날 밤 바로 면접을 보러 갔다.

해외에서 밤 면접이라니 긴장됐지만, 혹시나 위험하면 어쩌지 하고 지인들에게 위치를 공유하며 안전하게 이동했다.


결과는 합격!


여러 번의 떨어짐 끝에, 나의 일자리 구하기에 성공했다.

오히려 조급함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마음먹으니, 일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 같았다.


실패와 성공, 이 모든 과정이 나를 성장시킨 시간이었다.

이렇게나 대만이 좋아서 온 나도, 워홀러들이 한 번쯤 겪는 슬럼프와 외로움에 빠질 줄이야.


하지만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다시 떠올리니,

결국 대만에서 ‘살아보고, 경험해보고 싶어서’였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은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그때의 마음을 다시 꺼낸다.

사실 힘든 건 대개 사람이나 환경 때문이지, 이 나라 때문은 아니니까.

나는 여전히, 대만이라는 나라 자체를 좋아해서 이곳에 있다.

그리고 나를 믿고 응원해 주는 가족과 친구들 덕분에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안 좋은 일 뒤엔 행운이 항상 찾아왔다.

알바를 구한 주에 도둑맞은 바지도 되찾았고, 며칠 뒤엔 대만 영수증 복권도 당첨됐다.

‘이게 바로 대만식 위로인가?’ 싶을 만큼 신기한 타이밍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또 한 번 느꼈다.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말자.

때로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안되던 일도 자연스럽게 풀릴 때가 있다.


결국 대만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나라 같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천천히 그리고 네가 끌리는 곳을 향해 가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