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는 믿었다. 그리고 지금.... 그건 숨부터 쉬고 본다.
어릴 적 나는 늘
"돈이 마르지 않는 애"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엄마가 급할 때면
"얘야, 이거 좀 꿔줘라 "하며 꼭 나에게 손을 벌렸고,
동네 작은 슈퍼마켓에서는
장사가 안 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전화가 왔다.
"언니, 막내딸 좀 보내줘!"
오늘 장사가 너무 안돼!"
내가 가면 아줌마는
과자를 손에 쥐어주며
"놀다 가~ 천천히 가"하고 챙겨주셨다.
그때의 나는
어딜 가나 예쁨 받고, 어디서든 환영받는 아이였다.
아마 그래서였을까.
나는 자연스럽게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그렇게 믿고 자랐다.
이십 대 시절 나는 순진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멍청할 정도로 낭만적이었다.
(세상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믿던 시절....)
친구들과 우연히 들른 점집에서
점쟁이는 내 사주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금전복 좋고, 자식복도 아주 좋네.
자식이 이름을 날려..
자식 때문 에라도 결혼해!"
금전복? 자식복?
그 말에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 인생 쉽네?)
남자에는 별 관심이 없던 나는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물었다.
“그럼… 남편복은요?”
점쟁이는 안경을 슬쩍 밀어 올리더니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 그건 좀."
그 짧은 말의 무게를
나는 그때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너무 선명하게 이해한다.)
유학을 떠나기 직전,
나는 또다시 점집에 갔다.
이번에는 "유학이 맞는 선택인가" 궁금해서였다.
그런데 또 다른 점쟁이도 똑같이 말했다.
“50대에는 돈방석에 앉아요.
그리고 자식복은 최고예요!”
그러더니 또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남편복은… 음…
근데 자식 때문에라도 결혼은 해야겠어요.”
이상했다.
'아니 남편 복 얘기할 때
왜 다들 숨을 쉬고 난리야.. '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래, 점쟁이가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금전복 있고, 자식복 있는 거다!”
그래서 나는 밴댕이 아닌 척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20대에 벌었던 돈은
지금 어디 있냐고 물으신다면…
나도 찾는 중이다......
분명 내 통장에서 사라졌는데
누가 가져갔는지 지금까지 수사 중이다.
사건명: 사라진 금전 복 사건
자식복은 최고라고 했지만
아직 다 살아보지 못했으니
그건 결과를 지켜보는 중이다.
그리고 남편복.
그때 점쟁이가 말했던
“… 그건 좀....”
정말 있었다.
어떤 날엔 남편이 너무 사랑스럽다.
내 인생 최고의 선택 같다.
또 어떤 날엔....
'... 그 좀'
이란 말이 뼈를 때린다.
그렇게 나는
매일 왔다 갔다 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 사주는 뭐래? 처복은 좋대?"
남편은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
'나야 뭐~ 최고라지~ 말해 뭐 해,,, "
그 말하는 입꼬리가
세상 얄밉다가도
또 어떤 날엔 귀엽기까지 하다.
사람 마음이란
참 오락가락하다.
나는 여전히 내 마음의 밴댕이 크기가 들킬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어떻게 매일
"처복이 최고예요~"
하며 살겠는가.
그건 하늘에 계신 하나님도
못 하실 일이다.
내가 애들한테는 몰라도
남편에게 그 정도로 잘한다고
차마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구라쟁이는 늘 똑같이 말한다.
"나는 처복이 최고야."
라고 말하는 구라쟁이 앞에서
나 역시 이렇게 말해야
인생이 공평하지 않겠는가.
"나도 남편복 최고야."
그래, 인생은 결국
생각한 대로 흘러가는 법이다.
오늘도 나는
언제 뒤집힐지도 모르는 다짐을 한다.
금전복, 자식복, 남편복 최고!
(금전복, 자식복은 대기 중이고
남편복은 빠른 등기로 이미 도착했다.)
살아보니 사주는
내게 주어진 '복'이 아니라
내가 극복해야 하는 '스포일러'였다.
그렇게 밴댕이 인생은
오늘도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중이다.
금전복은 아직 배송 중이고,
자식복은 출고 준비 중이며,
남편 복은 때때로 반품하고 싶지만
굳건히 내 옆에 도착해 있다.
사주는 복을 말했지만,
살아보니 복이란 것도
마음 따라 굴러다닌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묻는다.
"아니, 그 돈,
정말 어디 갔냐고...."
밴댕이는 오늘도
못다 찾은 금전복을 찾아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하는 중이다.
이미지 제작 도움: ChatGPT (AI 이미지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