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은 없어도 로망은 있다, 오늘은 구라쟁이가 고속도로를 달린다.
아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답 대신 문자 하나가 띡-하고 왔다.
'시험기간....도서관.'
딱 두 단어.
그걸 보는 순간, 3년전 그날이 떠올랐다.
삼천마디 아들이 성적으로 한참
스트레스 받던 때였다.
수학 시험을 보고 돌아온 저녁,
힘들었던 아들을 위해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어딘가 달랐다.
평소 같으면
"엄마 ~ 밥 뭐야?" 하며 벌써 뛰어나와야 할 녀석이
그날은 말이 없었다.
'앗, 뭐지?'
혹시 시험을 망쳤나?'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러던 중, 아들이 갑자기 물었다.
"엄마, 나 컨닝 하면 어떡해 할꺼야?"
젓가락을 들던 내 손이 멈췄다.
'설마... 삼천마디가?
딸이라면 몰라도, 얘는 아닐텐데...'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왜? 시험 못 봤어?
설마 네가 한 건 아니지?"
"아니... 내 앞에 앉은 애가 컨닝해서 A받았대.
자랑하더라."
아들은 억울한 표정으로
젓가락 끝으로 밥알을 세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딸이 툭 끼어들었다.
"억울하면 너도 들키지 말고 해.
뭘 그렇게 투덜거려."
"찰-싹."
내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아니! 내가 한 것도 아닌데 왜 나를 때려!'
딸이 눈을 홉찔하며 외쳤다.
속이 절로 터진다.
아들은 여전히 진지했다.
"그럼, 엄마라면 어떻게 할꺼야?
선생님한테 말할까?"
딸이 또 낄낄거리며 끼어들었다.
"그건 아니고! 그냥 억울하면 너도 해~"
속에서 열불이 치밀었다.
'아이구야, 어떻게 열마디는 저렇게 매를 잘 벌까.
그것도 재주네...'
나는 복장이 터지기 직전 가까스로 참으며
눈으로 딸에게 '입-닫-아-'를 외치고
아들에게 말했다.
"너, 누구를 위해서 말하고 싶은거야?
네 질투야? 아니면 정의감이야?"
"...글쎄."
"만약 질투 때문이라면, 엄마는 반대야.
컨닝한 건 그 아이 몫이야.
좋은 대학 가면 뭐해?
그 다음은?"
그러자 딸이 씹던 밥을 삼키며 딸이 또 한마디 보탠다.
"좋은 대학가면 좋지~
우리 학교에서도 다 해!"
열마디 딸, 오늘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나는 딸을 사정없이 노려보며 말했다.
"좋은 대학 가면 뭐해.
그럼 취업도 컨닝해서 들어갈거야?"
그리고는 옆에서 아무말 없이 밥만 먹던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 아들 내놓으라 하는 회사에 아들 취업 시킬 빽 있어?"
"아니, 없는데"
"그럼 방송국은? 연줄 하나라도 있어?"
"그것도 없지.... 근데 그건 왜 물어봐?"
아들이 나를 쳐다봤다.
"들었지?"
"엄마도 아빠도 빽 없어.
그러니까 컨닝은 꿈도 꾸지 말고
네 힘으로 해.
엄마가 밥은 먹여줄 수 있어도,
취업은 못 시켜."
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뭘 비교해?
그 아이가 A 받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너 할 일에 집중해."
그리고는 남편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아빠, 내 말이 틀려?"
"그치 ...맞지. 근데 밥먹다 컨닝 애기를 왜 꺼내서...
아빠까지 작아지게 하냐."
그러자 딸이 또 물었다.
"아빠, 그게 작아진거야?"
아니...
눈치는 어디 두고 다니나.
역시 확인 사살 전문, 열마디 딸 담당이다.
딸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열불이 치밀었다.
'아이구야, 어떻게 열마디는 저렇게 매를 잘 벌까.
그것도 재주네...'
그런데 남편은 한 술 더 떠, 딸에게 말을 건넸다.
"응, 갑자기 슬프다. 빽 없어서."
"슬퍼하지마...
내가 나중에 아빠 든든한 빽 해즐께."
남편이 환하게 웃었다.
"앗, 진짜? 아빠 진짜 빽 필요한데!"
"뭔데?"
"너네가 캠핑카 사주면
그 빽(back)타고 세계일주하는 거.
아빠의 로망!."
딸이 어이없다는 듯 깔깔거리며 말했다.
"걱정 마. 아빠 원하는 걸로 사줄께!"
남편은 완전히 신나서 외쳤다.
"앗싸! 그럼 아빠 캠핑카 벤쯔 예약!"
정말,
'쿵'하면 구라쟁이고,
'짝'하면 열마디다.
나는 국자로 남편의 등짝을 후려 갈기고 싶은 충동을
꾹 참았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빈말이라도, 없는 것보다 낫네.
기왕이면 벤츠로 가 보자.
그래, 그 옆에서 나는 으샤으샤할게.
딸 덕분에
오늘은 벤댕이 마음에 바람이 분다.
오늘은 태평양이 아니라,
시원하게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린다!
이미지 제작 도움: ChatGPT (AI 이미지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