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귀하게 키워도 자식은 남편이 될 수 없다."
아무리 귀하게 키운 자식이라 해도, 자식은 자식이다.
자식이 남편이 될 수는 없다는 걸, 오늘 아주 뼈저리게 느꼈다.
기분이 상한다.
내가 삼천마디를 어떻게 키웠는데….
몸도 마음도 꽁해진 날이었다.
얼마 전부터 잠도 잘 못 자고, 일도 많아지고,
이래저래 신경 쓸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러다 보니 면역이 떨어졌는지,
이틀 전부터 몸이 으슬으슬 춥고
온몸이 망치로 두드려 맞은 듯 아파왔다.
그래도 강아지 두 마리 엄마인 나는,
아들과 딸이 떠난 뒤
'강아지 산책 담당'이라는 직책에서 도망칠 수가 없다.
다리는 돌처럼 무거워지고, 허리는 뻐근하고, 머리는 띵한데도
이 일은 누가 대신 해줄 사람이 없으니까.
결국 기어코 두 마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바로 그때,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목소리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냐... 몸이 좀 안 좋아. 아무 일 없어.”
“아 그래? 몸 조심해…”
그러고는 곧장 자기 얘기로 직진한다.
신문사에서 연락이 왔다느니, 오늘 하루가 어땠다느니,
오늘 수업이 어쨌다느니-
종알종알, 끊이지 않는다.
평소 같으면 웃으며 맞장구쳤겠지만,
지금은 머리도 아프고 귀도 먹먹하고, 목도 아프고...
두들겨 맞은 것 같이 말이 안 나온다.
내가 아프다는데 들은 건지, 흘린 건지.
딱 "몸 조심해” 한마디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순간 마음이 쪼그라든다.
"아...... 얘가 이럴 애가 아닌데."
밴댕이 소갈딱지가 확-올라오려는 찰나,
이번엔 남편에게서 전화가 온다.
“어디야?”
“산책하고 있어.”
“목소리가 왜 그래? 안 좋아?”
“어, 아파. 좀.....”
“거기 있어. 내가 데리러 갈게.?”
10분도 안 돼 차로 부리나케 달려온 남편.
“내가 밥 할 테니까 얼른 들어가서 쉬어.
나중에 다시 애들 운동시키면 돼. 걱정 마. ”
그러곤 방으로 밀어 넣으며 문을 닫는다.
맞다.
나에겐 구라쟁이가 있었지.
"나 없으면 못 산다던", 그 구라쟁이.
내가 뭐 하러 삼천마디에 매달렸던가.
한숨 쉬고 누워 있는데,
작은 쟁반에 미역국과 약을 가져다 놓는다.
“걱정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
방에서 한참을 있다 나와 보니 빨래며 청소까지 다 해놨다.
“거 봐, 나밖에 없지!
우리 이제 아이들 떠나면
제2의 신혼인데, 왜 아프고 그래~.
실없는 농담으로 나를 웃기기까지 한다.
혹시라도 옮을까 싶어 다른 방에서 자라했더니
"괜찮아, 싫다"는 남편을 설득하며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억지로 저쪽 방으로 보냈다.
“뭔 일 있으면 깨워!” 스위트하게 말하며
마지못해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간다.
다음 날 늦게 일어나니
문자가 줄줄이 와 있다.
밥 먹었는지, 컨디션은 어떤지,
필요하면 일찍 퇴근할지….
끊임없이 울려대는 문자에
고마우면서도 숨돌릴 틈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와중에
심술이 뽀록뽀록 올라온다.
삼천마디 아들에게서는 문자 하나 없다.
‘괜찮냐’는 안부 한 마디,
전화 한 통이 없다.
그 스위트하던 삼천마디 아들은 이제 없단 말인가.
갑자기 마음이 무너진다.
그때, 구라쟁이에게서 문자가 띡 온다.
“앞으로 날 키워! 내가 잘할게!”
온갖 이모티콘으로 도배된 문자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그래,
삼천마디는 잠시 접고,
이제는 구라쟁이로 갈아탈 시간이 왔나 보다.
이참에 신혼타령이나 좀 해볼까.
아프니까 더 보이는 것.
내 곁엔 여전히 날 웃게 하고 챙겨주는
참 고마운 구라쟁이가 있다.
그걸 깨닫는 오늘이,
참 다행인 인생이다.
이미지 제작 도움: ChatGPT (AI 이미지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