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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쟁이, 훈장 달다. 더 이상 훈장은 그만....

그는 웃으며 별을 달았다, 나는 웃으며 눈물이 났다.

by 감차즈맘 서이윤

일요일 아침, 구라쟁이는 또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소파에 느긋이 앉아 있는 나와 달리,

부엌은 팬케이크랑 오믈렛으로 전쟁터가 되었다.


나가지 않는 한, 일요일 아침은 늘 구라쟁이 담당이다.

솔직히 팬케이크와 오믈렛은 세상 1등일 것이다.

나는 옆에서 곁불만 살짝 놓을 뿐이다.


"맛있어, 너무 맛있엉.

역시 당신이 만든 게 최고야~"


"빨리 와. 커피 뜨거울 때.

팬케이크 지금 막 구웠어. 와서 먹어!"


과일까지 예쁘게 담아놓고 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부엌 가득 따뜻하게 번진다.


커피 향이 천천히 퍼지는 사이,

그의 희끗희끗한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주름진 얼굴도 보인다.


우린 분명 젊은 시절에 만났는데,

어느새 이렇게 나이 든 얼굴로 함께 앉아 있다니.

괜히 마음이 뭉클하고, 조금 미안해졌다.


그 주름이, 그 하얀 머리가

내가 준 상처의 표식 같아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괜히, 아주 조심스레

먼저 말을 꺼냈다.


“당신, 요즘 스킨케어는 좀 해?”


잠시 정적.


“아니, 난 안 해도 돼. 당신이나 해.”

“당신이 나보다 더 나이 들어 보여. 하라니까!”


그러자 구라쟁이가 웃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


“그러니까 내가 멋있잖아.

사람들이 나 보면 그러겠지.

‘와, 저 사람 뭔가 비밀이 있나 보다?'


그리고 당신이랑 사는 거 보면 또 궁금할걸?

‘도대체 저런 사람이랑 어떻게 살지?’”


그의 농담에, 웃다가도

괜히 마음이 또 찡해졌다.


아이를 키우며 우리는 참 많은 전쟁을 치렀다.

보이지 않는 삼팔선을 그어놓고

서로의 진영을 지켜가며 싸웠다.


말로, 표정으로, 침묵으로,

가끔은 말이라는 핵폭탄을 던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시 우리를 이어준 건 아이들이 아니었다.

언제나 먼저 웃으며 다가온

이 구라쟁이었다.


알게 모르게 상처를 많이 주었고

또 많이 받았으리라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신.... 나한테 상처 많이 받지 않았어?

마음에 흉터 많지 않아?


구라쟁이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아니, 난 그거 상처라고 생각 안 하는데.

그건 훈장이지,

무궁화 달다가 이제 별 달았잖아."


".... 진짜?"


그럼~ 진급해서 이제 당신이랑 겸상하잖아.

그리고 가끔은 당신이 그냥 넘어가주잖아..

그러니까 별 단 거지, 뭐.

다른 게 별이야?"


나는 웃다가, 또 마음이 찡해졌다.


"그럼 당신, 더 진급하고 싶어?


"오 노우, 이제 그만.... 안 달아도 돼."


얼굴을 정색하며 말하는 구라쟁이를 보며

나는 한참을 웃었다.


말 대신, 미안함 대신,

서로 마음을 담아 농담을 주고받는

나이 든 소년과 소녀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사랑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시간보다 느린 속도로

조금 더 천천히

다시 사랑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미지 제작 도움: ChatGPT (AI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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