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에게 출장은 다반사(茶飯事)다.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것처럼 잦은 일이다. 자문사 방문, 컨설팅 진행, 사건 담당, 괴롭힘 조사 등 업무가 많을수록 가야 할 곳도 많다.
통상 지방 출장은 KTX를 이용하고, 수도권은 자동차로 이동한다. 아침 일찍 KTX를 타면 못다 한 업무를 하거나 부족한 수면을 보충한다. 자동차를 이용할 땐 운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출장지로 이동하는 시간 동안 업무 생각은 옅어진다.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위해 지방으로 향할 때도 그랬다. 신고인, 피신고인, 참고인 등 10명에 대한 조사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지만 사무실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설렘도 살짝 깃들었다.
괴롭힘 조사에 투입되면 사실 확인을 위한 수백 번의 질문과 응답을 주고받게 된다. 하루 종일 감정 소모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소진된 마음을 충전하기 위해 잠깐의 휴식이 필요하다.
그는 잠깐의 여유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일을 마치자마자 대표 노무사에게 전화를 걸어 업무 진행상황을 보고했다. 당일 특이 사항은 물론 의뢰인 상태 및 추가 요구 사항 등을 전달하고, 다음날 바쁜 일정까지 상세히 공유했다. 내일도 수고하라는 대표 노무사의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들리는 듯했다.
"오늘 일도 끝났으니 현지 음식점에서 맛있는 저녁 드시지요."
물회를 주문하고 소주 한잔을 따르며 대표 노무사에게 상세히 보고한 이유를 물었다.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사전 방어책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알아야 대표 노무사가 다른 업무를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 잘하는 노무사가 여유를 즐기는 방법도 잘 아는 것 같았다.
대표 노무사도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웬만해서는 지방으로 출장 나간 노무사에게 추가 업무를 지시하지 않는다. 물론 급한 상황에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의 노력 덕분에 약간의 여유를 누렸지만, 2시간을 넘지 못했다. 다음날 조사를 위해 문답서를 정리해야 하고, 남은 쟁점에 대한 조사 전략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머릿속엔 항상 다음에 해야 할 업무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숙소로 복귀하자마자 다시 컴퓨터를 켰다.
여유는 에휴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