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노무사의 날카로움

인정 욕구 자극

by 지무

노무법인에서 의견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잘못 나간 의견서는 향후 법적 분쟁의 소지가 되며, 노무법인의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하게 된다. 때문에 의견서 작성은 가장 기본이 되는 업무인 동시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도전적인 업무이기도 하다.


그 업무의 마지막 단계에 대표 노무사가 자리하고 있다. 언론사로 치면 데스크 겸 편집국장 역할이다. 취재기자가 작성한 기사의 팩트를 확인하고, 언론 윤리에 부합한 지 검토하며, 기사 표현이나 제목 등을 수정해 외부로 내보낸다. 의견서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점에선 대표 노무사는 발행인의 역할도 맡고 있는 셈이다.


경력 노무사들의 의견서도 대표 노무사의 데스킹을 피할 수 없다. 오탈자에 대한 지적은 물론이고, 답변의 내용이나 방향이 잘못되거나 법률적인 근거가 빈약하거나 불필요한 사족이 문제 될 경우에도 수정 지시를 받는다. 아무런 지적 없이 대표 노무사의 검토를 통과하는 '프리패스'는 쉽지 않다. 프리패스는 노무사 개인 역량에 대한 인정이기도 하다.


50대 수습노무사의 일차적인 목표는 의견서 프리패스였다. 쟁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풍부한 규범적 근거와 설득력 있는 해석으로 완성도 높은 의견서를 작성해 기본적인 역량을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이를 위해 매주 주말 사무실에 나와 팀홀튼 커피와 멜팅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의견서를 작성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의견서 작성 역량도 향상되었다. 수정되는 부분이 줄었고, 보완 요구도 줄었다. 가끔씩 단번에 통과되는 프리패스를 맛보기도 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그 욕구가 충족되면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프리패스가 많으면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진다. 의견서 작성 역량이 궤도에 올랐다는 대표 노무사의 코멘트는 월화수목금금금 생활의 고통을 잊게 만들 정도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의견서에 대한 수정 요청은 꾸준히 들어온다. 다만 수정 요청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아주 가끔씩 대표 노무사가 모르는 부분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럴 때면 옥에 티를 찾은 것 같은 묘한 짜릿함을 준다.


모든 노무법인의 대표 노무사가 같지는 않을 것이다. 실무에 관여하지 않는 대표 노무사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


지금으로선 대표 노무사의 날카로움이 바람을 막아주는 든든한 언덕처럼 반갑기만 하다.


언덕 넘어 남촌에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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