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노동의 새벽'은 컨설팅 현장
컨설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전두엽이 아플 때가 많다. 전두엽은 논리적 사고와 문제해결에 관여한다. 쉼 없이 가동되다 보니 그런 모양이다. 과부하가 걸린 컴퓨터의 쿨링 팬 소리가 이마에서 나는 듯하다.
컨설팅 최종 보고를 일주일 앞두고 전두엽이 윙윙거리다 못해 웽웽거렸다. 매일 같이 회의를 하고 밤새 보고서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 수정하고 보완하고 이동하고 삭제하고 정리 작업을 하면서 하루 수면 시간이 3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살아가면서 전두엽이 이렇게 지끈거리기는 처음이다. 20대 수습기자 생활을 할 때엔 몸이 고달팠지만, 50대 수습 노무사 생활은 머리가 고달팠다. 전두엽이 멈추지 않아 꿈에서도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컨설팅 마무리에 많은 시간이 투입되는 것은 의뢰인의 요구사항이 막판에 추가되기 때문이다.
컨설팅이 시작될 때 의뢰인의 요구사항은 특정 분야의 개선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관련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해온 노무법인 입장에서 환경 진단과 사례연구, 대안 모색, 실행 방안, 측정 기준 등이 담긴 200페이지에 이르는 ppt를 만들어 제시하게 된다.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면 마무리되는 작업이지만, 마지막 최종보고서 조율 작업이 뒤따르게 된다. 그 작업에서 방향성이 약간이라도 수정되는 경우에는 최종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전체가 휘청이게 된다. 수요자의 작은 변화의 효과가 공급망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변동성이 커지는 채찍 효과가 나타나게 되는 셈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컨설팅 업체와 의뢰인 사이에 긴밀한 소통이 이뤄져야 하지만 컨설팅 역할 분담에 대한 고정관념, 의뢰인과 PM의 소통 부족 등으로 막판 대혼란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게 뼈를 갈아 넣은 것에 대한 보상은 의뢰인 최고의 찬사로 돌아왔지만, 밤샘 작업으로 진땀을 흘린 컨설턴트의 수명이 그만큼 줄어든 느낌이다.
박노해의 시가 떠올랐다. 시인은 ‘노동의 새벽’에서 밤일을 마치고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 가지"라며 절규한다. 전쟁 같은 밤일은 생산 현장뿐 아니라 노무법인의 컨설팅 현장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컨설팅 현장에선 야근 수당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