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라이프크라이시스, 향수병
딸아,
난 지금 뉴욕 환전소 (병원)에 있어.
나쁘지 않은 감옥 같은데 있는 느낌인 거 알아?
정해진 장소와 정해진 spot에 앉아서
정해주는 환자를 받고 스케줄 된 프로토콜로
정해진 일을 하지.
먹고살아가기 위해 내 시간과 에너지와
자유를 돈과 바꾸는 느낌이랄까?
조용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오늘은 그런 날인데도,
고용된 노예니까 어쩔 수 없이
자유를 털어서 내 안에서 깎아내야지
그땐 너무나 떠나고 싶었어.
대한민국의 딸로 살아가는 게 지겨웠던 나야
대한민국이 기대하는 여자로 사는 게 지쳤던 엄마는
자유를 갈망하며 어메리컨드림을 위해 길을 떠났어.
치열했던 20대의 추억이 머리를 때리네
널스로써 꿈꿔왔던 최고의 정점에서 아무 걱정 없이
건강한 너희 둘과 성실한 남편
이대로 쭉 가면 보장될 펜션과
안정적인 보수, 여유로운 스케줄에 만족하고 살던 나.
어느 날 오랜 vacation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서 뉴욕으로 돌아와
일터로 돌아왔던 그 순간.
언제부턴가 그렇게 느꼈어.
Reminiscence.
MemorialDay2025
환자는 없고 석양이지는 허드슨강을
내려다보며 엄마는 멍 때린다
이 시간에만 내려다볼 수 있는 하늘의 색감이
왜 이리 애절해 보일까
무슨 안경을 쓰고 보는 것처럼 뿌옇게 보여
날아가는 비행기야
나를 서울에 좀 데려다 줄래.
흩어진 기억들이
그때의 어린 나를 부르면,
살아진 줄 알았던 옛 감정들이 여기저기
여전히 내 안에서 숨 쉬고 있더라.
40이면 불혹이라는 말
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틀린 말인지도 모르겠어
바람 불면 마음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야 하는데 흔들려서 떨어져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나뭇가지를 하나하나 통에 주워 담을 self managing skill이 생겨난다는 뜻인가.
엄마는 어쩔 수 없는 코리안인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