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by 김소하연

입춘이 지나서인지 오후 6시가 넘었는데도 밖이 환하다. 전보다 확실히 해가 늦게 진다. 회사를 다닐 때는 퇴근 시간에 쫓겨 해가 길어진 것을 체감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속된 곳이 없다 보니 창밖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게 된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낮 시간이 길어진 것을 관찰하게 되는 건 소속이 없는 지금의 내 상태 때문이다.

낮이 길어지면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지만 구직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버텨야 할 하루가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퇴근이라는 명확한 일과의 종료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스스로 일과를 마쳐야 한다.

길어진 낮 시간 동안 구직 사이트를 살피거나 이력서를 수정하는 일을 반복한다. 이런 사실들을 마주할 때마다 소속감이 없다는 사실이 평소보다 더 뼈저리게 다가온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늘어난 낮 시간만큼의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수행하는 것뿐이다. 소속이 없는 시기에는 시간의 흐름이 더 예민하게 느껴진다.

월, 수, 금, 일 연재
이전 22화집중력이 바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