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차를 쓰고 나를 보러 오겠다는 친구를 만났다. 카톡도 잘 안 하고 연락도 잘 안 하다 보니 이렇게 내가 있는 곳까지 와주겠다는 친구가 너무 고마웠다. 초등학생 때부터 친했는데 서로 성격이 너무 다르다 보니 멀어졌다가 나중에 성인이 되고 직장인이 되면서 다시 친해졌다. 그렇게 1년에 한 번은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유일한 동네친구기도 하고 한 직장에 오래 다니면서 30살 전에 결혼하고 싶다고 외쳤던 친구다. 20살이 되자마자 일을 한 친구들은 대부분 빨리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하는 마음이 큰 것 같다. 친구의 남자친구는 8년째 경찰공시 준비를 하는데 친구랑 연애한 지도 벌써 8년이다. 연애하면서 남자친구는 한 번도 직장생활을 해보지 않은 것이다. 옛날에는 때맞춰 취준하고 취업하면서 장수생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이렇게 장기적으로 공부하지? 결과가 안 나오면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닌가?
이 얼마나 편협하고 재수 없는 생각인가.
내가 막상 공부를 하고 나이가 많은 포지션에 있다 보니 정말 이것밖에 답이 없다는 걸 알았다. 경력도 안 보고 나이도 안 보는 직업이 공무원이다. 40대도, 50대도 할 수 있는 직업이다. 이런 매력적인 직업을 청년부터 바쳤는데 어떻게 포기하고 중소기업을 들어갈 수 있을까.
친구는 10년 차 직장인, 남자친구는 8년 차 경시생이다. 그리고 여자는 결혼이 하고 싶다.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결혼이라는 주제가 달갑지 않다. 사실 관심도 없다. 한쪽이 결혼준비가 되어 있고 한쪽이 결혼 준비는커녕 제로 베이스라면? 그 사람을 위해 놓아주어야 하는가? 이렇게나 둘이 좋아하는데 말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서 이 시험에 사활을 거는 그런 마음이 어려운 것일까? 아니면 이기적으로 놓지 못하는 친구의 잘못인 걸까. 요즘은 남자도 여자도 계산적이다. 연애하기 전부터 대략적인 경제상황을 알길 원한다. 반반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넘쳐나고 있다. 친구는 너무 좋아하지만 직업이 없는 남자친구를 부모님에게 소개해주기 힘들다며 심지어 싫어한다고 한다. 만약 내가 결혼 준비가 되어 있고 내가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8년째 공부를 준비한다고 하면... 나는 몸만 오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