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를 넘어서: 마음의 회복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지 10년쯤 되었을 무렵,
나는 제약회사의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었다.
화장품을 다루는 부서였지만,
정작 내 피부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좋다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내 얼굴을 보고 누가 믿어줄까 싶었다.
“피부만 좀 관리하면 예쁜 얼굴이야.”
이식 수술 후, 꽤 자주 들었던 말이다.
여자로서 꾸미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내가 이식 환자라서요...’
환자처럼 보이지 않지만 나는 여전히 환자였다.
먹는 것도, 바르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작은 점 하나 빼는 일조차 망설였다.
항생제 연고가 내 콩팥에 해가 될까 두려워서.
그래서 그냥 두기로 했다.
내 얼굴에 뿌려진 작은 흔적들은
어쩌면 내가 살아낸 시간의 점자 같았다.
어느 날. 좋아하는 브랜드의 옷을 고르다가
모델의 얼굴에서 주근깨를 발견했다.
흠 하나 없는 얼굴만 보아온 나에게,
그 낯선 그 주근깨는 묘한 위안이 되었다.
인터뷰 속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엔 꼭 가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괜찮아요. 내가 괜찮으니까요.”
그 한마디에 오래 묵은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열다섯 살 이후 내 얼굴을 미워했던 시간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된다.
외모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얼굴보다 먼저 드러나는 건 표정이고,
태도이며, 말투와 습관이라는 것을.
화려한 화장보다
단정한 옷차림과 환한 미소,
깨끗하게 정돈된 손끝이
나를 말해주는 얼굴이 된다.
그리고 더 아픈 말은
“피곤해 보여요.”, “자신감 없어 보여요.”
그런 말들이었다는 것도 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 화장품을 써서 피부가 맑아졌어요.”
내가 직접 써봤고 내가 좋아했으니까
진짜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시선을 위해
억지로 예뻐지려 하지 않는다.
내 얼굴에 있는 점과 흔적들은
감춰야 할 결함이 아니라,
내가 버텨낸 기록이자 살아낸 증거다.
화장은 언젠가 지워지지만
내가 견뎌온 시간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 흔적은 나를 닮았고,
나는 그 모습 그대로 충분히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