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를 넘어서 : 마음의 회복
학창 시절의 나는, 언제나 사람들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집보다 바깥이 더 편했고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는 전형적인 외향인이었다.
그러나 병을 얻은 뒤, 삶은 낯설게 바뀌었다.
“친한 친구 몇 명만 있으면 돼.”라는 흔한 위로는 나에게 닿지 않았다.
가끔 나는 사춘기 아이처럼 스스로 동굴을 만든다.
그곳은 단순한 피난처가 아니었다.
바깥의 소음이 가라앉고 내 안에서도 잘 들리지 않던 심장의 소리가
투명한 물방울처럼 또렷해지는 자리.
시간마저 잠시 숨을 고르듯 조용히 머무는 곳.
그곳은 도망이 아니라 귀환이었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처음의 나를 만나고,
묻어둔 말들을 하나씩 어루만졌다.
아마 병이 아니었다면 그 깊은 곳까지 들어갈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온기만 붙잡고도 살아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몸은 자주 무너졌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기던 힘도 사라졌다.
그제야 알았다. 기댈 곳이 사라진 순간,
다시 내 안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곳에서는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오히려 나를 단단하게 세우는 힘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나랑 논다.
혼자라서 두렵지 않고 혼자라서 오히려 충만하다.
태풍이 몰아쳐도 스스로 일어설 힘은 그 시간에서 자라났다.
얼마 전, 작은 그림 속 글귀를 발견했다.
'나는 나랑 놀아.'
그 짧은 말은 지금의 나를 가장 정확히 설명했다.
나는 그 문장을 프로필에 걸어두고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본다.
혼자라는 세계에 몸을 맡기면 스물네 시간도 부족하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오히려 가득해진다.
오늘도 나는 나랑 논다.
혼자가 두렵던 날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고요 속에서 나를 만난다.
그리고 단단히 깨닫는다.
나를 지탱해 준 힘은 언제나,
밖이 아니라 내 안에서 자라났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