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기한 사이에서

에필로그

by 류서윤

삶과 기한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숨을 고른다.


투석실의 차가운 형광등 아래에서 시작된 내 이야기는
이제 이식된 신장의 박동과 함께 이어지고 있다.


죽음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그러나 그 곁에서 삶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나는 아프다.
하지만 아픔은 더 이상 나를 다 설명하지 않는다.
살아낸 날들 속에 남은 눈물과 다짐, 웃음과 사랑,
그것들이 내 삶을 지탱해 왔다.



이 책은 병의 기록이 아니다.
끝나지 않는 싸움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불씨,
사랑이 건네준 기한,
그리고 다시 살아내야 했던 하루들의 증명이다.



나는 이제 안다.
숨과 죽음 사이가 아니라
삶과 기한 사이에서 살아왔음을.


그리고 오늘도 내 기한을 이어가며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걸어가고 있음을.


그것이 내가 가진 가장 확실한 기적이다.




<나의 기록>


나는 아직도 하루를 약으로 시작해 약으로 끝낸다.
식탁 위엔 알약이 늘어져 있고, 작은 감기에도 병원 침대가 먼저 떠오른다.


투석실 형광등, 목에 꽂혔던 관, 아직 남아 있는 흉터.
그 모든 것이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나는 아픈 청춘을 글로 버텼다.
쓰지 않았다면 아마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아프고 불안하다.

그러나 숨 쉬며 살아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약을 삼키며 하루를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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