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이 남은 사람으로 산다는 것
아버지는 왼쪽 신장을 내어주시기고 마음먹으셨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결심은 조용했고, 준비는 묵묵했다.
수술이 끝나고 15년이 지난 지금도
아버지는 변함없이 평범한 하루를 살아내신다.
"할아버지, 수술할 때 안 아팠어?"
손녀의 천진한 질문 앞에서도
아버지는 그저 미소를 지으셨다.
그 웃음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결심과 사랑이
고요히 담겨 있었다.
신장 기증은 단순한 수술이 아니다.
누군가의 생명을 자신의 몸 일부로 이어내는 일.
'보람'이라는 짧은 단어로는
결코 담기지 않는 숭고한 선택이다.
"나는 오래 산대."
아버지는 그 모든 이야기를
짧은 한 줄로 정리하셨다.
누군가의 생을 살리고,
그 이후에도 오래도록 함께 살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말보다 강한 증명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살아 있는 이 하루가
조용한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