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이 남은 사람으로 산다는 것
나는 쓰러졌고, 나무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쪽 날개가 꺾여 날지 못하는 새처럼
나는 넓은 잎사귀 아래 숨어 울었다.
비를 피하러 들어온 이들은
잠시 머물다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비가 그치면 두 날개를 펴고 날아갔다.
그 뒷모습에서 자유를 잃은 슬픔이
내 깃털에 스며들었다.
하늘을 향한 갈망은
서글픈 노래가 되어 입술에 끝에 맴돌았다.
그때 나무는 잎사귀에 맺힌 물방울을
조심스레 흔들어 내게 건넸다.
풍성한 열매로 허기를 달래주었고
부엉이의 그림자도 막아주었다.
부러진 가지에서 흘러나온 진액을
향기가 되어 내 상처를 덮었다.
그 향은 마치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께 바치던 보물 같았다.
나는 그 향기를 들이마시며
잠시 고통을 잊었고
내 안에는 조용한 평안이 깃들었다.
날개 꺾인 새를 품은 나무는
그렇게 나를 살렸다.
눈물의 시간을 지나
나무는 마침내 꽃을 피웠다.
상처에서 시작된 꽃이었다.
그 꽃을 바라보며
나는 조심스레 한쪽 날개를 펼친다.
멀리 가지는 못한다.
금세 돌아오지만
잠시 구름 위를 스치며 하늘을 담아낸다.
그 짧은 순간, 나는 자유를 꿈꾼다.
부엉이의 그림자에 짓눌린 날들을 잊고,
상처에 꽃을 피운 나무를 바라보며
다시 작은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안다.
상처는 끝이 아니라
언젠가 꽃으로 피어나 시작이라는 것을.
<나의 기록>
아픈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일시적인 병이 아니라
평생 치료를 이어가야 하는 이와의 삶.
만약 내가 15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남편을 말리고 싶을 만큼 벅찬 길이다.
나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힘들어도 힘든 내색은 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나무도 위로를 받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후회가 스치고,
덜어내지 못하는 짐이 버거울 것이다.
그 무게는 나도, 그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
보통은, 나이가 들어 몸이 더 약해지고
노후의 두려움이 커지겠지만
나무는 이미 결혼 전부터 두려움을 짊어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응원도 위로도 쉽게 건네지 못한다.
커져만 가는 미안함은
그저 하루하루 잘 살아내는 것으로 대신할 뿐이다.
이 글을 통해,
나무에게 말로는 다 하지 못할 미안한 사랑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