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이 남은 사람으로 산다는 것
여름이 좋다.
아마도 신록이 가장 짙게 차오르는 계절이기 때문일 것이다.
겨우내 앙상하던 가지 끝마다
싱그러운 잎들이 차곡차곡 돋아나고
산은 서로의 빈틈을 메우듯
푸른 생명으로 가득 채워진다.
그 산을 바라보며 글을 쓰는 이 여름이
내게 유난히 소중하다.
초록의 숲이 가슴속을 차오르게 할 때
나는 알았다.
내 안에서도 다시 생이 자라고 있음을.
기억 속 장면하나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16년 전, 어느 토요일.
혈액투석을 끝내고 탈진한 몸으로
남자친구의 손을 잡고 작은 차에 올랐다.
부산에서 강원도까지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몇 시간을 달려
창밖으로 펼쳐진 산의 깊은 신록을 마주했을 때,
숨 쉬기조차 힘들던 몸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아프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그날 눈앞에 가득 찼던 푸름은
여전히 내 안 어딘가에서 살아 있다.
아버지에게 받은 신장은
단지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이었고,
다시 자라게 한 봄비였으며,
새잎을 틔워낸 따스한 햇살이었다.
나는 다시 걷고,
조심스레 숨 쉬고,
무심한 듯 웃는다.
여름 숲처럼,
내 안에서도 푸른 생이 차올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게 한다.
나는 신록이다.
다시 살아나고,
다시 자라고,
다시 사랑하게 된 사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신록처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