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이 남은 사람으로 산다는 것
결혼 전
그는 누구보다 명확한 현실 앞에 서 있었다.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아픈 사람과 결혼을...?"
“왜 하필, 굳이...?”
그는 대답 대신 망설임 없는 손길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손끝에는 주삿바늘 자국이 선명했고,
수차례의 혈액투석으로 버텨낸
고단한 생의 흔적이 숨어 있었다.
누군가의 고통을 사랑한다는 것은
내 하루를 반쯤 기꺼이 비워주는 일이다.
그는 알았다.
그녀의 하루가 결코 평탄하지 않으리란 것을.
그 곁에 선다는 것이
단순한 연민이나 순간의 감동이 아니라는 것을.
앞으로 짊어져야 할 무게가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도.
누군가는 그것을 '희생'이라 부를지 모른다.
그러나 그에게 사랑은 곧 책임이었다.
책임 위에서만 완성되는 특별한 행복이 있었다.
그녀의 숨이 위태롭게 흔들릴 때,
삶의 수분이 말라 무너질 때,
그 곁을 지키는 일.
말없이 그러나 끝까지 함께 살아내는 일.
그것이 남자의 사랑이었다.
세상은 어쩌면 그를 '바보'라 부를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몰라도, 그녀는 안다.
그가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지.
묵묵히 오늘도 그녀 곁에 서서
그 고통을 자신의 삶 속에 들인다.
그것이 삶의 깊이를 더하는 일이며,
사랑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임을
그는 누구보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배워가고 있다.
결혼 전부터 이미 시작된 그의 사랑은
타산이 아닌 헌신이었다.
그것은 곧, 끝까지 함께 살아내겠다는 약속이었다.
그의 선택이 있었기에
나는 여전히 사랑받는 사람으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