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이 남은 사람으로 산다는 것
신장이식 환자에게 임신과 출산은
꿈결처럼 아득한 이야기였다.
의사는 가능성을 조심스레 언급했지만,
2010년대 초반 그 길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전례도, 정보도, 확신도 없었다.
앞을 가로막는 건 수많은 제약과 위험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를 품겠다’는 결심을 한 순간
내 마음은 오히려 평온해졌다.
내 안의 아버지의 신장이
아기를 위해 자리를 내어주듯
다정하게 등을 밀어주는 것만 같았다.
주위는 모두 반대했다.
생명을 걸어야 하는
어쩌면 가장 무모한 선택.
그러나 나는 알았다.
이 길이야말로 나의 도전,
나는 가장 신성한 도박이라는 것을.
임신 준비라 부를 만한 건 단순했다.
먹어야 할 약을 남기고
먹지 말아야 할 약을 덜어내는 일.
하지만 약을 줄이자마자
몸은 급격하게 무너졌다.
더는 중단할 수 없다는 의사의 말에
나는 간절히 애원했다.
"제발, 한 달만 더... 약 없이 버텨볼게요."
그 한 달은,
숨죽인 채 다음 패를 기다리는 도박판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내 안에서 또 하나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 울림 앞에서
모든 고통과 불안은 잠시 물러났다.
작고 힘찬 심장의 박동은
날마다 나를 살아가게 했다.
그러나 두려움은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내 몸이 버텨주지 않으면 어쩌지.’
‘아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통증에 시달리며 잠 못 이루던 밤,
나는 마음속으로 주문처럼 되뇌었다.
'아버지의 신장이 우리를 지켜줄 거야.'
누군가의 생을 살려낸 장기가
또 다른 생명을 품어내는 기적.
나는 지금
내 몸속에 두 개의 심장을 안고
경이로운 기적을 살아간다.
그리고 안다.
삶은 언제나 도박 같지만
사랑을 걸었을 때에만
그 도박은 기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