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가장 신성한 도박

기한이 남은 사람으로 산다는 것

by 류서윤

신장이식 환자에게 임신과 출산은

꿈결처럼 아득한 이야기였다.


의사는 가능성을 조심스레 언급했지만,

2010년대 초반 그 길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전례도, 정보도, 확신도 없었다.

앞을 가로막는 건 수많은 제약과 위험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를 품겠다’는 결심을 한 순간
내 마음은 오히려 평온해졌다.


내 안의 아버지의 신장이
아기를 위해 자리를 내어주듯

다정하게 등을 밀어주는 것만 같았다.


주위는 모두 반대했다.


생명을 걸어야 하는

어쩌면 가장 무모한 선택.


그러나 나는 알았다.

이 길이야말로 나의 도전,

나는 가장 신성한 도박이라는 것을.


임신 준비라 부를 만한 건 단순했다.
먹어야 할 약을 남기고
먹지 말아야 할 약을 덜어내는 일.


하지만 약을 줄이자마자

몸은 급격하게 무너졌다.


더는 중단할 수 없다는 의사의 말에

나는 간절히 애원했다.


"제발, 한 달만 더... 약 없이 버텨볼게요."


그 한 달은,

숨죽인 채 다음 패를 기다리는 도박판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내 안에서 또 하나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 울림 앞에서
모든 고통과 불안은 잠시 물러났다.


작고 힘찬 심장의 박동은

날마다 나를 살아가게 했다.


그러나 두려움은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내 몸이 버텨주지 않으면 어쩌지.’
‘아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통증에 시달리며 잠 못 이루던 밤,

나는 마음속으로 주문처럼 되뇌었다.


'아버지의 신장이 우리를 지켜줄 거야.'


누군가의 생을 살려낸 장기가

또 다른 생명을 품어내는 기적.


나는 지금

내 몸속에 두 개의 심장을 안고

경이로운 기적을 살아간다.


그리고 안다.

삶은 언제나 도박 같지만

사랑을 걸었을 때에만

그 도박은 기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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