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이 남은 사람으로 산다는 것
5월 중순, 더운 바람이 한발 먼저 여름을 데리고 왔다.
남편과 딸아이의 손을 잡고
밀면 한 그릇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 일.
그 소박한 하루가 삶의 전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식당이 눈앞에 보일 무렵
내 시선이 멈춘 곳은 길가의 작은 틈이었다.
버려진 타이어와 자잘한 쓰레기 사이,
노란 들꽃 한 송이가 고요히 피어 있었다.
입김만 불어도 흔들릴 듯 가는 줄기.
그러나 그 연약한 생명은 의연하게 곧게 서 있었다.
문득 어젯밤의 바람이 스쳤다.
창문이 떨리도록 몰아치던 강풍,
거리에 세워둔 입간판들이 속절없이 쓰러졌던 밤.
그 바람을 이 작은 들꽃도 맞이했을 텐데,
꺾이지 않았다.
누구의 눈길도, 응원도, 돌봄도 없는 자리에서
그 꽃은 제 몫의 시간을 묵묵히 통과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 들꽃도 살아냈는데, 나라고 못할까.'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누군가는 지나갔을 작은 풍경 하나를
마음 깊이 품어 넣는다.
오늘 하루도 꺾이지 않고 서 있는 일.
그것이면 충분하다.
바람 속 작은 들꽃이 조용히 일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