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해시태그는 #너였다

그저 오래된 기억을 꺼내어

by 류서윤

13살, 초등학교 마지막 여름을 떠올리면


'몽글몽글'


부풀어 오르지만 터지지 않고,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 존재하던 그 나이의 감정.


나는 그 여름 내내 그 단어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너는 기름집 아들로

늘 미세한 기름 냄새가 배어 있었는데
그 냄새는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1층 기름 가게를 지나 2층 네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기름 냄새와 밥 냄새 사이의 어딘가를 가로지르다

고소한 향이 내 코에 스며들 때 묘한 희열이 있었다.


네 어머니의 노오란 계란밥, 케첩에 졸여진 비엔나,
참기름에 버무려 색이 옅어진 묵은지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맛이 되었고


기름 묻은 손으로 만 원을 건네시던 너의 아버지.

그때 받은 만 원은 단순한 용돈이 아니라

어떤 ‘환대의 증거’ 같았다.


어느 날 우리는 바닷가에 있었다.


햇볕에 데워진 모래는 우리처럼 반짝였고
발목 근처를 간지럽히던 파도는 시원했다.


누가 먼저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손이 맞닿던 그 순간.

숨을 고를 때마다 파도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는 이사를 갔고,
주머니 속에서 수시로 확인하던

네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 종이를 잃어버린 건

단순한 연락처가 아니라

‘한 시절의 문’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주소도, 전화번호도, 너의 사진도 없는 졸업앨범을 넘기며
나는 처음으로 ‘흔적이 사라진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배웠다.


어린 마음은 그렇게 상실을 배우고
상실이 지나간 자리에서 조용히 자라는 감정도 배웠다.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지만
첫사랑에 대한 해시태그를 붙이려 하면
늘 같은 사람이 남는다.


이름과 생김새는 흐릿해졌지만

어떤 계절에도, 어떤 삶의 변화에도,
지워지지 않는 하나의 꼬리표처럼.


첫사랑의 해시태그는 #너였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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