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것과 살아내는 것의 경계에서 발견한 인간의 힘
본 스토리랩(Story Lab)은 음악이 영화의 감정적 연결고리를 완성했다면, 글이 그 여운을 성찰로 확장시키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의 창작적 실험입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만큼 인내할 수 있다는 것도 믿습니다.”
현대 사회가 우리에게 던지는 고난은 과거의 전쟁이나 재난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취업 시장의 불안정,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까 두려운 도태의 압박, 그리고 인간관계 속에서 깊어지는 고립감과 정신적 피로. 이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불안이 현실이 될 때, 우리는 당황하고 주저앉곤 합니다. 어쩌면 이 현대적 고난과 압박이야말로 영화 속 루이 잠페리니를 괴롭히던 잔혹한 포로 감시관 ‘와타나베’의 또 다른 얼굴일지도 모릅니다. 화면 속에서 24시간 우리의 가치를 숫자로 평가하고, 끊임없이 '더 해내라'라고 속삭이는 도태의 목소리가 바로 현대의 와타나베일 것입니다.
이처럼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인간의 정신은 쉽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루이 잠페리니(Louis Zamperini)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언브로큰》(Unbroken, 2014)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결국 꺾이지 않는 인간 정신의 힘을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한때 문제아였으나 올림픽 육상 선수로 거듭나고, 이내 태평양 전쟁의 포로가 된 잠페리니의 일대기는, 육체적 고통이 영혼을 파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의지를 연마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본 글에서는 영화의 서사와 주제곡인 콜드플레이의 ‘Miracles’을 통해, 인간 정신의 궁극적인 승리란 무엇인지 고찰하고, 그 중심을 우리 삶으로 이어오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는 루이 잠페리니의 어린 시절 방황과 형의 격려로 육상을 시작하게 된 배경부터 시작됩니다. "만약 네가 해낼 수 있다면, 견뎌낼 수 있다면"이라는 형의 말은 그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신념이 됩니다. 그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하며 인간 한계를 시험하는 장거리 주자로 이름을 알립니다. 이는 그가 훗날 맞이할 모든 시련을 이겨낼 정신적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후, 잠페리니는 미 육군 항공대 폭격기 승무원으로 참전합니다. 1943년 비행기 추락 사고를 겪은 그는 오직 두 명의 동료와 함께 태평양 한가운데서 47일간의 표류를 시작하게 되죠. 굶주림, 탈수, 상어의 위협, 일본군 폭격기의 공격까지, 절망적인 환경에서 그들을 지탱한 것은 순수한 생존 본능과 정신력이었습니다.
특히 이 표류 과정에는 인간의 의지와 현실이 교차하는 일이 이어지게 됩니다. 그들은 우연히 잡은 갈매기를 날것으로 먹고 탈이 났지만, 이내 그 갈매기를 미끼로 사용하여 마침내 물고기를 잡아 생명을 연장하게 되죠. 이 작은 승리의 순간, 동료 중 한 명은 물고기를 먹으며 "일본인들이 이렇게 생선을 날로 먹는다"라고 농담처럼 언급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구조되는 대신 바로 일본군에 의해 붙잡혀 포로가 되면서, 그들이 농담처럼 언급했던 '일본'이라는 현실의 고난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렇게 일본군에게 발견되어 포로가 된 순간부터 잠페리니의 시련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정말 운명이란 한 치 앞을 알 수 없습니다.
포로수용소에서의 생활은 잠페리니가 겪은 최악의 시련이었습니다. 특히 잔혹한 포로 감시관 와타나베 무쓰히로, 일명 ‘버드(The Bird)’는 단순한 악당을 넘어,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집요한 고난 자체의 비유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버드'는 루이의 육체를 넘어 그의 정체성과 정신을 완전히 파괴하려 했습니다. 끊임없는 구타와 굴욕 속에서도 루이는 형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정신적 저항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폭력에 대한 분노 대신 버티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와타나베의 폭력이 자신의 내면을 지배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루이가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버드'의 명령에 따라 무거운 나무 들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장면입니다. 이 들보는 곧 개인의 한계를 넘어선 채 우리에게 부여되는 가혹한 운명이나 책임을 상징합니다.
쓰러지면 총살이라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그는 엄청난 고통을 견디며 들보를 끝까지 지탱해 냅니다. 루이는 육체적으로 파괴되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버드'가 요구하는 굴복을 거부함으로써 그를 완전히 이겨냅니다. 이는 고난을 단순히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고난의 무게를 들어 올리고 그 앞에서 존엄성을 지켜내는 인간 의지의 절대적인 선언이자 승리입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