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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왜,
깊어질수록 더 쉽게 흔들릴까

5부작 미니시리즈, 『연주되는 삶, 빚어지는 사랑』 - 제2화

by Itz토퍼

“사랑은 그 뜨거운 처음의 열기만큼 이어지는 발걸음도 맹렬합니다. 때로는 그 열기가 서로를 무너뜨리기도 하고, 다시 혼자가 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도 하죠. 하지만 그로 인해 생긴 균열은 결함이 아니라,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기 위한 준비가 아닐까요.”


제1화에서 우리는 사랑을 '교향곡'에 빗대었습니다. 서로 다른 악기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엮어내는 장엄한 합주. 그러나 이번 제2화에서는 그 화려한 무대 뒤편, 연주가 시작되기 직전의 고요한 공기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지휘봉이 올라가기 전, 독주자가 홀로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오는 그 순간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종종 가장 깊은 떨림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왜 우리를 더 불완전하게 만들까요?


혼자일 때는 그토록 단단했던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순간 왜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 걸까요. 왜 아주 사소한 일 앞에서도 앞이 캄캄해지고 무너지려 하는 걸까요. 과연 사랑이 데리고 온 이 알 수 없는 취약함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제 그 낯선 흔들림 안에서 사랑의 본질을 조심히 더듬어보는 여정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by ChatGPT

독주자가 된다는 것


오케스트라 연주 중 가장 숨 막히는 장면은 거대한 합주의 물결이 갑자기 멈추고, 단 한 명의 독주자만이 무대 조명 아래 남겨지는 '카덴차(Cadenza)'의 순간입니다. 수십 개의 악기가 일제히 숨을 죽이고, 오로지 하나의 선율만이 광활한 홀을 채워야 하는 고독한 시간이죠.


저는 그 장면을 목격할 때마다 음악 자체보다 연주자의 '등'을 오래 바라보게 됩니다. 수천 명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활을 현에 올리는 그 손끝의 미세한 떨림. 그것은 두려움일까요, 아니면 무대를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겠다는 무구한 진심일까요.


사랑도 이와 같습니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순간, 우리는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익명성 뒤에 숨어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 홀로 무대 위에 선 독주자가 됩니다. 나만의 요새 안에서 가꿔온 안정감, 리듬, 완결성, 그 모든 것이 상대라는 관객 앞에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노출된다는 것', 그리고 '그 노출을 기꺼이 선택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사랑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가장 고통스럽고도 숭고한 감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 혼자일 때의 나는 더 단단했는가


혼자일 때 우리는 자신의 세계라는 작은 연습실 안에서 완벽한 지휘자이자 연주자입니다. 감정이 흔들리면 잠시 악기를 내려놓으면 그만이고, 틀린 음이 나도 지켜보는 이가 없으니 수치심을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닫힌 문 안에서의 우리는 언제나 나름의 '완성형'일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순간, 이 견고한 구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심리학자 존 볼비(John Bowlby)는 인간이 누군가와 정서적 유대를 맺을 때 그 대상을 '안전 기지'이자 생존의 기준점으로 삼는다고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면의 '닻'으로 삼는 것이죠.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배가 닻을 내리는 순간부터 배의 방향은 바다의 자유로운 흐름이 아니라 닻이 박힌 지점과 그를 잇는 줄의 팽팽함에 의해 결정됩니다. 상대의 작은 움직임에도 나의 항로가 출렁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취약함일까요, 아니면 '연결'의 필연적인 숙명일까요. 무언가와 연결된다는 것은, 그 존재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자리에 나를 놓겠다는 용기 있는 선언일지도 모릅니다.




사랑이 만드는 아름다운 균열


그렇기에 우리는 사랑 안에서 종종 낯선 불안과 마주합니다. 문자를 보냈는데 상대의 답장이 조금만 늦어도 심장이 조여들고,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를 밤새도록 곱씹으며 수없이 마음의 현을 조였다 풀었다 합니다.


"혼자였을 땐 이토록 흔들리지 않았는데, 왜 사랑을 시작하고 나서 나는 더 작아지는 걸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도 하죠.


마음의 지도를 그리는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은 취약함(Vulnerability)이야말로 기쁨과 사랑이 탄생하는 성소라고 말합니다. 상처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전에는 알지 못했던 마음의 틈새를 인정하는 과정일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틈새가 생겨야만 비로소 타인의 진심이 내 안으로 흘러 들어올 길도 열리게 됩니다.


악기 제작자들은 말합니다. 오랫동안 연주되어 깊은 울림을 내는 명기의 몸통에는 미세한 균열들이 존재한다고 말이죠. 장인들은 그것을 결함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틈새가 나무의 긴장을 완화해 소리를 더 멀리, 더 깊게 퍼지게 한다고 믿습니다.


사랑이 우리 영혼에 내는 균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그것은 우리가 부서지고 있다는 신호가 아니라, 타인의 영혼과 공명할 수 있는 '울림통'이 넓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불안이라는 이름의 2악장


교향곡의 2악장은 대개 '안단테(Andante)' 혹은 '아다지오(Adagio)'로 흐르는 느린 악장입니다. 1악장의 화려함이 잦아든 뒤 찾아오는 고요한 시간. 마치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음률만 흐르는 듯한 이 정적을 많은 이들은 '사랑이 식은 것' 혹은 '지루함'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 악장이야말로 청중의 가슴에 가장 깊은 파장을 남기는 순간이 아닐까요. 소란함이 멈춘 자리에서만 비로소 들리는 낮은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 안에서 찾아오는 불안 역시 이 2악장과 닮아 있습니다. 열정의 소음이 잦아들고 "이 관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들려올 때 우리는 두려워집니다. 하지만 불안은 우리가 진심으로 아끼지 않는 것 곁에서는 결코 자라지 않습니다. 불안의 선율이 들린다는 것은, 당신이 이 연주를 그만큼 진실하게 대하고 있다는 가장 정직한 증명이 아닐까요.




흔들림이 합주를 완성한다


누구보다 단단해 보였던 사람이 사랑 앞에서 흔들리는 것은 결코 퇴보한 것이 아니랍니다. 혼자일 때의 균형이 '고립된 완결'이었다면, 사랑 안에서의 흔들림은 '연결을 위한 조율'이기 때문입니다.


박제된 악기는 음정이 변하지 않지만, 살아있는 연주자의 악기는 온도와 습도, 그리고 함께 연주하는 이의 호흡에 따라 끊임없이 음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상대의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나의 고집스러운 음정을 잠시 내려놓는 것, 그 유연한 흔들림이 있어야만 비로소 '합주'라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사랑이 당신을 취약하게 만든다 해도,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여도 괜찮습니다. 지금 당신은 더 섬세한 감정을 울려낼 수 있는 악기로 천천히 다듬어지고 있는 중이니까요. 굳게 닫힌 마음은 상처받을 일은 없을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어떤 아름다운 음악도 세상 밖으로 흘려보낼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솔로이스트의 떨림은 음악의 시작이다


다시 무대 중앙의 독주자를 떠올려 봅니다. 침묵을 깨고 울려 퍼지는 첫 음. 그 음은 연주자의 손끝에 머물던 '떨림'을 통과했기에 더욱 애절하고 아름답게 들립니다.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우리가 완벽해서가 아니랍니다. 서툴고, 두렵고, 매 순간 흔들리면서도 활을 현 위에 올리는 그 숭고한 용기 때문입니다. 균열을 품은 첼로가 가장 깊은 저음을 내듯, 우리의 취약함은 사랑이라는 서사를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배음(Overtone)이 됩니다.


우리가 사랑 안에서 흔들릴 때, 우리는 무너지는 것이 아닙니다. 비로소 생의 가장 진실한 연주를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당신의 마음을 흔드는 그 떨림은, 어떤 음악을 시작하려 하고 있나요?


task_01kngdyk1zf24ad5p5kwx0smdt_1775446754_img_0.jpg By Sora

제1화: 사랑의 교향곡처럼


▶ 다음 이야기 제3화의 질문, “사랑은 왜 우리를 영원한 타인으로 남겨둘까요?”


현악 4중주의 언어로 '취약함'과 '연결'의 가치를 탐구한 슈베르트의 걸작입니다.


삶의 가장 위태로운 시기에 쓰인 이 곡에는 거대한 운명 앞의 두려움과 이를 가로지르는 처절한 아름다움이 공존합니다. 홀로 무대에 선 솔로이스트의 심장이 되어, 현술의 떨림이 만들어내는 이 깊은 공명에 귀를 기울여 보실래요?



♬ Franz Schubert - String Quartet No.14 in D minor, D.810 'Death and the Maiden' (Alban Berg Quart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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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도 작은 위로와 사유의 빛을 담아, 나만의 이야기를 조용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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