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2부 궤도 위의 썰물 : 서울역 1980
1. 미로의 지배자들
호텔의 ‘침묵’을 팔아 번 돈은 양말 속에 구겨 넣었지만, 서울역의 ‘소음’을 팔아 버는 돈은 당당히 주머니에 넣을 수 있었다.
1980년대 말, 서울역 구청사는 국가의 관문이자 거대한 미로였다.
돔 지붕 아래 박자지껄한 대합실 너머, 일반인의 발길이 닿지 않는 어두운 복도 깊숙한 곳에 ‘철도사업단’의 심장이 있었다.
그곳은 거대한 물류의 성지였다.
갓 들어온 양주 박스들이 벽면을 가득 채웠고, 공병을 반납하러 온 캡틴들과 수량을 확인하는 정산 팀 사이에서는 매일같이 고성이 오갔다.
“야, 이 병 하나가 비잖아! 네가 마셨어?”
“이 사람이 누굴 도둑놈으로 아나? 주방에서 깨진 거야!”
욕설과 농담이 뒤섞인 그곳에서 우리는 젊음을 태웠다.
차량 팀원들은 기차가 서서히 움직이는 와중에도 곡예를 하듯 음식 카트와 양주 박스를 상하차했다.
언제 발을 헛디뎌 바퀴 아래로려 들어갈지 모르는 고단하고 위험한 노동이었지만, 그들에겐 기차와 함께 달린다는 묘한 자부심이 있었다.
2. 기차 안의 전장
나의 일과는 새벽 공기를 가르며 부산행 열차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캡틴’이라는 직함은 근사했지만, 실상은 전천후 서비스맨이었다.
좁은 복도를 누비며 도시락 트레일러를 밀어야 했고, 홀에서는 우아한 서빙을 이어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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