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행구동, 고궁.
비눗방울이 먼저 떠올랐다.
아이보다 먼저,
사람들의 시선보다 먼저,
카메라보다 먼저.
공기 속에서
아무 목적 없이 떠오르는 작은 원들.
원주 행구동, 고궁.
창가로 들어온 오후의 빛이
상 위의 흰 천을 천천히 덮고,
꽃 위를 한 번 스치고,
촛불 위에서 잠시 머문다.
이 공간은 오늘을 위해
오래 준비된 자리다.
하지만 아이는 모른다.
오늘이 어떤 날인지,
이 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모였는지.
아이는 그냥 앉아 있다.
조금은 낯선 옷을 입고,
조금은 불편한 자세로.
그리고 비눗방울을 본다.
비눗방울은
사진을 찍으라고 떠오르지 않는다.
잘 나오라고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냥 떠오른다.
그래서 좋다.
사진이라는 건
대부분 이런 순간에서 시작된다.
계획된 감동이 아니라,
우연히 열린 틈.
상 위에는
과일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떡이 있고,
촛불이 있다.
모두 정성스럽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정성보다 먼저 보이는 건
아이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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