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2일
1897년 오늘, 조선의 고종이 스스로 '황제'의 대관을 하고 국호를 ‘대한’으로 고치며 대한제국의 선포를 선언했습니다.
그 선언은 단지 제호 한 글자의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오랜 사대(事大)의 무게를 떨치고,
주체 자주(自主)의 기운을 살려보려는 선언이었습니다.
새로운 이름으로 스스로 땅을 부르고,
스스로 운명을 거머쥐려던 저 목소리는
비록 곧 들리기 힘든 바람에 묻히더라도
오늘까지 이어져 오는 뿌리의 질문을 남겼습니다.
이른 아침, 동네 골목 끝 전신주 아래
한 할머니가 빗자루를 든 채 서 있었습니다.
비 온 뒤라 골목이 축축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쓸고 또 쓸었습니다.
지나가던 아이 하나가 멈춰 섰습니다.
“할머니, 왜 이리 부지런히 청소해요?”
할머니는 잠시 빗자루를 내려놓고
잔잔한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여기, 사람들이 지나가면
먼지 밟고 나가니
내가 이 길이 조금이라도
밝게 남았으면 해서.”
아이의 눈이 반짝였고,
그녀는 다시 빚질하듯 골목을 쓸었습니다.
한 줌의 먼지가 바람에 흩날렸지만,
그 골목엔 은은한 빛이 깃들었습니다.
그 모습이
스스로 이름 짓는 작은 선언처럼
조용히 울림이 되었습니다.
푸르른 새벽의 여운으로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어제의 무게들이
등 위에 눌러앉아 있다면
그 무게가
오늘의 흔들림이 되게 하소서
흔들리며 중심을 찾아가는
조용한 진동이 되게 하소서
먼지 한 줌에도
길의 자취가 남듯
우리의 상처와 기억들도
흩어지지 않게 하소서
묻히지 않게 하소서
스스로 이름을 다시 부르고
스스로 운명을 깎아가는
그 작은 용기들이
보이지 않아도 살아 있게 하소서
할머니의 빗자루처럼
누군가의 길을 쓸고 나가는
눈에 드러나지 않는 손길들을
당신의 빛으로 어루만지소서
여기,
흐릿한 경계 위에 선 자들에게
당신의 온기가
한 줄기 빛이 되게 하소서
불안해도, 부르지 못해도
우리 안의 이름들이
오늘도 조용히 살아 있게 하소서
말 없이 나아가는
이 하루의 숨결에
당신의 존재를 담아
기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