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사랑의 끝없는 선택
《조용한 사랑의 끝없는 선택》
바람이 거의 없는 밤이었다. 창문 밖에는 초승달이 조용히 떠 있었다. 거리의 벚나무 가지 끝에 작고 여린 꽃망울이 하나 둘 맺히고 있었다.
박정우는 거실 이불 위에 누워 초롱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초롱이의 체온은 여전히 따뜻했다. 하지만 예전보다 숨결이 훨씬 얇았다.
작은 가슴께가 천천히 오르내렸다. 그 미세한 리듬에 맞춰 박정우의 손바닥이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조금만 더…"
그는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바람결처럼 작았다.
초롱이는 잠결에도 그의 품 속으로 더 깊숙이 몸을 파고들었다. 짧은 앞발이 그의 가슴께에 살며시 얹혔다.
박정우는 눈을 감았다. 잠시 떠오른 아내의 얼굴. 그 미소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긴 세월 동안, 이 손길을 그리워했던 사람의 눈빛처럼.
그는 아주 낮게 중얼거렸다.
"내가 하루라도 더 오래 살아야 한다. 네가 있는 동안에는."
그 말은 벽에 부딪히지도 않고 방 안 어딘가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잠시 후 그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시계 초침 소리가 귓가에 아주 작게 닿았다.
한순간, 이 모든 시간이 멈춘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더 늙지 않고, 더 아프지 않고, 지금 이 온기가 계속된다면.
하지만 시간은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불 밖으로 내민 손끝에 창밖의 달빛이 스쳤다. 봄은 어느덧 문턱에 와 있었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초롱이의 숨소리가 조용히 그의 가슴을 간질였다.
방 안에는 두 개의 살아있는 체온이 고요히 나란히 놓여 있었다.
《체력이 함께 사그라드는 시간》
아침 햇빛이 천천히 커튼 틈으로 흘러들었다. 빛이 방 안을 가볍게 스쳤다. 하지만 박정우는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이불 속에서 한동안 가만히 누워 있었다.
몸을 움직이기가 더뎠다. 허벅지 근육이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무릎 관절은 이제 걸을 때마다 속으로 부서지는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옆에서는 초롱이가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 숨결도 예전보다 훨씬 얇았다. 먹는 양이 크게 줄어든 지는 꽤 되었다.
박정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초롱이도 그의 움직임을 느끼고 가느다란 눈을 떴다. 그러나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몸을 더 깊이 웅크렸다.
"괜찮아. 천천히 하자."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 목소리는 자신에게도 건네는 위로였다.
아침 사료를 준비했다. 소화기능을 도와주는 처방 사료 한 숟갈, 삶은 닭가슴살 조금. 그러나 초롱이는 사료 앞에서 머뭇거렸다.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다가 혀끝으로 한두 점 핥고는 더 이상 먹지 않았다.
박정우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초롱이를 바라보았다. 작은 갈색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수저를 들지 못한 채 한참을 앉아 있었다.
오후가 되어 산책을 나섰다. 전동 휠체어가 천천히 미끄러졌다. 초롱이는 조심스럽게 마련해둔 바구니 안에 들어가 있었다.
바람이 가볍게 얼굴을 스쳤다. 벚나무 아래로 흩날리는 꽃잎들이 작은 소용돌이를 그렸다.
초롱이는 힘겹게 눈을 떴다. 그리고 아주 미약하게 고개를 박정우 쪽으로 기울였다.
박정우는 한 손으로 초롱이의 귀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손끝에 닿는 온기가 유난히 약하게 느껴졌다.
그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 말이 마음속 어딘가에서 아주 작게 스스로 부서져 내려갔다.
해가 조금 기울자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초롱이를 조심스럽게 이불 위에 눕혔다. 작은 몸이 이불 위로 살짝 파묻혔다.
박정우는 그 옆에 조용히 앉아 초롱이의 숨소리를 들었다. 그 얇은 숨결이 방 안의 정적 속에서 조용히 살아 있었다.
그리고 아주 낮게 속삭였다.
"고맙다… 오늘도."
《마지막 산책의 준비》
며칠째 내리던 비가 그쳤다. 하늘은 오랜만에 구름이 걷히고 맑게 열려 있었다.
박정우는 아침 커튼을 조용히 젖혔다. 햇살이 부드럽게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는 잠시 그대로 빛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이렇게 따뜻한 날이 다시 올 줄 몰랐다.
거실 한켠 전동 휠체어의 충전 표시등이 파랗게 켜져 있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굽혀 전원을 확인했다. 바구니 안 담요도 새로 갈아뒀다.
초롱이는 여전히 이불 위에 누워 있었다.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가를 반복했다. 몸은 한층 더 가벼워져 있었다.
박정우는 조심스럽게 초롱이를 안아 올렸다. 한 손으로 몸을 지지하고, 다른 손으로 머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작은 가슴께가 그의 손바닥 위에서 조용히 오르내렸다.
바구니 안으로 초롱이를 눕혔다. 담요를 살며시 덮어주고, 귀끝을 살짝 쓸어내렸다.
초롱이는 미세하게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눈빛은 흐릿했지만, 여전히 그의 얼굴을 알아보는 듯했다.
"오늘은 바람이 좋다, 초롱아."
그는 조용히 속삭였다. 그 말은 방 안의 공기 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전동 휠체어의 속도를 가장 느린 단계로 조정했다. 모터 소리가 조용히 깨어났다.
바퀴가 천천히 움직이며 현관을 나섰다.
햇살이 현관문 너머로 길게 깔려 있었다. 그들은 마지막 산책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