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산책

초롱이의 첫 위기: 응급치료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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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이 첫 위기: 응급 치료》

장마가 시작된 여름 저녁이었다.창문 너머 빗방울이 일정한 간격으로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었다.

박정우는 저녁 식탁 위에서 초롱이의 사료를 준비하고 있었다.소화기능 사료에 따뜻한 물을 조금 부어 말랑하게 풀었다.그 위에 간 보호제를 조심스럽게 섞었다.

"먹자, 초롱아."

조용히 부르자 초롱이는 천천히 다가왔다.하지만 먹으려던 코끝이 멈칫했다.짧은 숨을 들이키며 몇 번 냄새만 맡고 물러섰다.

박정우는 손으로 초롱이의 귀를 조심히 쓸어내렸다.

"괜찮아. 조금 있다가 먹어도 돼."

그러나 새벽녘, 초롱이의 짧은 신음소리가 방 안을 깨웠다.

박정우는 벌떡 일어났다.초롱이는 거실 구석에서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었다.작은 배가 미세하게 경련을 일으켰다.짧고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입가에는 소량의 토사물이 묻어 있었다.

"초롱아…!"

박정우는 급히 초롱이를 품에 안았다.작은 몸이 식은 땀에 젖어 있었다.그의 손끝이 떨렸다.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안 될 것 같았다.

비가 쏟아지는 새벽 길을 뚫고 박정우는 택시를 잡아 병원으로 향했다.초롱이는 품 안에서 더 깊이 파고들어 숨을 헐떡였다.

응급실 앞 수의사는 준비된 듯 바로 수액을 꽂았다.작은 앞발에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동안 박정우는 한 걸음 떨어져 지켜보고 있었다.손끝이 무겁게 쥐어졌다.

"위염 증세가 심해요. 고령견이라 탈수 진행이 빠르니까 오늘 하루 입원시키겠습니다."

수의사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담담했다.그러나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박정우의 가슴을 천천히 눌렀다.

밤새 병원 대기실 소파에서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비는 멈추지 않았다.

새벽 3시.가슴 한복판에서 무겁게 차오르는 두려움이 박정우를 조용히 파고들었다.

‘이 아이가 나보다 먼저 떠나면…’

생각이 끝까지 가지 못한 채 목이 메었다.

다음 날 아침.초롱이는 서서히 수액 줄에 의지한 채 눈을 떴다.박정우는 다가가 조심스럽게 손등으로 초롱이의 귀를 쓸어주었다.

"잘 버텼구나… 고맙다."

작은 꼬리가 미약하게 한 번 흔들렸다.

진료비 계산서가 접수창구에 놓였다.

₩389,000

박정우는 조용히 카드 지갑을 꺼냈다.적금 통장은 한 달 전 이미 해약했다.이젠 생활비 통장에서 빼내야 했다.

"다행입니다. 오늘 퇴원은 가능합니다."

수의사가 미소 지었다.그 미소 안에 담긴 연민을 박정우는 알아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초롱이는 품 안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숨소리가 조금 안정되긴 했지만, 박정우는 안았다기보다 매달린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초롱이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이제부턴… 언제든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 속에 들어섰다.’

그 말이 가슴 한편에서 낮게 울렸다.

밖에서는 빗줄기가 서서히 가늘어지고 있었다.구름 너머 흐릿한 햇살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초롱이의 심장박동 불규칙 진단》

늦은 가을이었다.바람이 나뭇잎을 쓸어내며 길가에 쌓고 있었다.

박정우는 초롱이를 조심히 품에 안고 병원 문을 밀었다.응급 치료 이후 초롱이는 많이 안정되어 보였지만,박정우의 마음 한편은 늘 불안했다.

진료실 안.수의사가 초음파 기계를 켜고 초롱이의 가슴께에 젤을 바르며 말했다.

"조금 더 자세히 확인해봅시다."

박정우는 의자 끝에 앉아 조용히 두 손을 깍지 끼웠다.

기계에서 희미한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려왔다.

뚜둑… 뚜두둑… 뚜둑…

박동이 한 번씩 짧게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졌다.수의사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그 표정을 보고 박정우의 가슴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심장이 조금 불규칙합니다."

박정우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위험한 건가요…?"

수의사는 잠시 말을 골랐다.

"노령견이다 보니 심장 판막에 약간의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지금 당장은 크게 위급하진 않지만… 언제든 상태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의사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박정우의 귓가엔 그 말이 천천히 울렸다.

‘언제든 나빠질 수 있다.’

수의사가 약 봉투를 내밀며 덧붙였다.

"심장 강화제입니다. 매일 한 알씩.장기적으로는 계속 관리가 필요합니다."

귀가하는 택시 안.초롱이는 그의 무릎 위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숨소리는 여전히 짧고 가늘었다.

창밖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가로수 잎들이 바람에 휘날렸다.

박정우는 초롱이의 가슴께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손바닥 아래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박동이 조금씩 끊어지다 이어졌다.

그는 속으로 천천히 중얼거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루만이라도 더 함께 있자.’

바람이 차가워졌다.가을이 서서히 깊어가고 있었다.


《조용한 결심》

밤은 깊어 있었다.시계 초침 소리가 방 안을 천천히 가르고 있었다.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이 장판 위에 희미한 무늬를 그려냈다.

박정우는 거실 이불 위에 누워 있었다.그의 옆에는 초롱이가 조용히 몸을 말고 잠들어 있었다.짧고 가벼운 숨결이 규칙적으로 이어졌다.

그는 천장을 바라보다 아주 느리게 숨을 내쉬었다.

통장 잔고가 머릿속을 스쳤다.카드 청구서, 병원 예약 문자, 구청에서 온 건강보험료 고지서.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눈꺼풀이 서서히 무겁게 내려왔다.

아내의 사진이 보였다.사진 속 아내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그 미소를 한참 바라보았다.

이불 안쪽으로 손을 뻗어 초롱이의 등을 가만히 쓸어주었다.작고 따뜻한 등.살아 있다는 감촉.이 작고 연약한 생명체가 자신을 전부 내어맡긴 채 곁에 있었다.

그는 입술을 아주 작게 달싹였다.

"끝까지… 지켜볼게."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바람결처럼 가볍고,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

그 말이 끝나자 초롱이가 몸을 조금 움직였다.잠결에 그의 손목께로 얼굴을 비벼왔다.코끝에서 나온 따뜻한 숨이 그의 피부에 닿았다.

박정우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불 위에는 두 개의 온기가 나란히 남아 있었다.방 안은 조용했지만, 그 조용함 안에 무거운 결심이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