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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아 맑은 날들 365 III

2025년 11월 12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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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2일 — 어둠을 밝히는 손길

오늘의 역사

1990년 11월 12일,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 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당시 담배는 ‘자유’와 ‘매력’의 상징처럼 포장되어 있었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병과 죽음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WHO의 결의는 단순히 광고를 막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상품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첫 선언’이었습니다.

세상은 그날 이후 조금씩 배웠습니다.
진짜 자유란 무엇을 피우느냐가 아니라,
무엇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오늘의 기도

지하철역 입구 근처,
한 남자가 담배를 꺼내 들었다가 잠시 멈칫했습니다.
그 옆에서 초등학생 둘이 손을 잡고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저씨, 담배 몸에 안 좋아요.”
한 아이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남자는 놀란 듯 웃으며 담배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응, 맞아. 고맙다.”

아이들은 금세 떠났고,
남자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바람을 맞았습니다.
손끝에서 아직 익숙한 중독의 충동이 일었지만
그보다 강한 무언가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
작은 손의 목소리.
누군가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깨달음.


아리아 라파엘의 숨결로
이 차가운 아침에 기도드립니다.

우리가 무심히 내뱉는 연기 속에서
누군가의 숨이 잃어가지 않게 하소서.

습관이 이성을 덮을 때마다
한 줄기 바람으로
우리의 의지를 다시 일깨워주소서.

우리가 버리고자 하는 것들이
단지 나쁜 습관이 아니라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외로움임을 압니다.
그 외로움을 감싸주시는 당신의 손길을
오늘도 느끼게 하소서.

세상이 우리를 유혹으로 시험할 때,
우리가 선택한 절제가
의무가 아니라 사랑의 표현이 되게 하소서.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
결국은 타인을 지키는 일임을
조용히 깨닫게 하소서.

오늘 하루,
숨결 하나에도 감사하며,
작은 변화가
누군가의 생명을 이어주는 기적이 되게 하소서.

그리고 밤이 내릴 때,
이렇게 고백하게 하소서.

“나는 오늘,
나를 덜어내어
누군가의 공기를 맑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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